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통산 6번째 우승을 달성한 이다연(24)은 “이번 우승으로 내가 여전히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는 믿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29일 강원도 춘천시 제이드 팰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한화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펼쳐 7타차 완승을 거둔 이다연은 2019년 12월 효성 챔피언십 우승 이후 1년9개월여 동안 우승 없이 보낸 세월 동안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방송 인터뷰에선 눈물까지 흘린 이다연은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가족 모두가 힘든 시간이었다”면서 “골프 외적인 고민도 많았다. 골프를 어떻게 해야 하냐는 생각까지 했다”고 밝혔다.

“중2병 같았다”는 그는 “지나고 보니 부모님께서 힘들 때 같이 해주셨고 같이 아파하셨다는 걸 깨달았다”고 가족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이다연은 “우승의 의미는 잘하는 선수가 워낙 많아 경쟁이 치열한 KLPGA투어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메이저대회 우승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2019년 한국여자오픈에서 처음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랐고 이번이 두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거둔 이다연은 “첫 메이저 우승은 내가 잘하는 선수 맞나 하는 의구심을 해소한 계기였다면 이번에는 여전히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는 믿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다연은 이날 7타차 대승은 마음을 편하게 먹은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에 우승 기회가 없지 않았지만 3위 세 번에 그쳤던 이다연은 “챔피언조 경기에서 결과가 좋지 않아 걱정도 했지만, 3타차 선두라는 사실에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고 말했다.

“전에는 챔피언조에서 조급한 마음이었다. 오늘은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다. (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가 했던 ‘쫄지 말자’라는 말이 도움이 됐다”
이다연은 지난 대회 때 3라운드를 앞두고 손목 부상으로 기권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했던 것도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고 밝혔다.

“겨울 훈련 때 손목을 좀 다쳤다. 아무래도 과사용 때문이다. 쉬면 나아지는데 최근 경기가 계속되면서 통증이 왔다. 더 나빠지기 전에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고민 끝에 기권했다”고 설명한 이다연은 “컨디션이 너무 좋아도 불안하다.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변함없는 성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 2차례 출전하느라 한 달가량 국내 무대를 비웠던 이다연은 “미국 갈 때마다 TV에서 보던 선수들과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미국 무대 진출 생각은 있다”면서 “만약 가겠다는 결심이 선다면 퀄리파잉스쿨을 봐서 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다연은 “미국 대회에 가서 그린 주변 깊은 러프에서 쇼트게임 연습을 많이 했던 게 이번 대회에서도 도움이 됐다”면서 “LPGA투어에서 통하려면 퍼트를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