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4대 기획사 중 하나인 JYP Ent.(이하 JYP)가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CJ ENM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종가 기준 JYP 주가는 6만3천원, 시총은 2조2천363억원으로 코스닥 10위 규모다.

같은 날 CJ ENM 주가는 9만1천원, 시총은 1조9천956억원으로 JYP에 2천407억원 차이로 밀렸다. 코스닥 시총 순위는 14위다.

JYP는 지난 8월 23일 처음 시총에서 CJ ENM을 앞지른 이후 계속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JYP와 CJ ENM의 시총 역전은 CJ ENM이 기존 CJ E&M과 CJ오쇼핑이 합병한 법인으로서 거래를 시작한 2018년 7월 18일 이후 처음이다.

CJ ENM은 합병 후 첫 거래일에 종가 25만9천600원, 시총 5조6천921억원으로 단숨에 코스닥 2위에 올랐다. 이때와 비교하면 현 주가는 65% 하락한 수준이다.

반면 2018년 7월 18일 JYP 주가는 2만4천500원, 시총은 8천517억원으로 코스닥 40위에 그쳤으나 4년여 만에 전세가 역전됐다.

매출로 보면 CJ ENM이 훨씬 덩치가 큰 기업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CJ ENM 매출은 2조1천497억원으로, JYP 매출 1천355억원의 약 16배에 달했다.

하지만 수익성에서는 CJ ENM이 JYP에 밀렸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CJ ENM이 1천52억원, JYP가 434억원으로 각각 영업이익률은 5%, 32% 수준이다.

CJ ENM은 미디어, 음악, 영화, 커머스 등 다방면에 걸쳐 사업을 펼치는 ‘공룡’ 기업으로, JYP와도 사업 분야가 일부 겹친다. 반면 JYP는 하이브[352820], SM, YG 등 동종업계 회사와 비교해도 유독 본업에 집중하는 편이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CJ ENM의 연결 대상 종속회사는 130개에 이르지만, JYP의 연결 포함 회사는 단 9개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030210] 연구원은 “JYP는 경쟁 기획사와 달리 아티스트의 본업과 무관한 사업을 거의 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모든 매출 부문이 엔터테인먼트와 직접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JYP는 이미 엔터사로서 구조적 순수함을 인정받아 2020년 이후 안정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유지 중”이라며 “실적 성장이 온전히 주가에 반영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지인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한 우물 파기’의 대가인 JYP는 상반기에 가장 선방한 엔터주”라며 “매크로 변수로 대표 성장주인 엔터주 투자심리가 크게 훼손되는 상황에도 굳건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2분기에 트와이스 나연의 솔로 앨범뿐인 실적이었는데도 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며 “트와이스 신규 앨범 발매, 니쥬의 첫 일본 아레나 투어, 스트레이키즈 글로벌 투어 등에 3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JYP는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계속 분기 최대 실적을 올리며 하락장에 선방했으나, CJ ENM은 연이은 ‘어닝쇼크'(실적 충격)에 주가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CJ ENM은 미디어와 커머스 부문을 중심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인수한 할리우드 스튜디오 엔데버 콘텐츠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적자가 발목을 잡고 있다.

남효지 SK증권[001510] 연구원은 “CJ ENM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미디어 사업의 수익성 회복이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경기 침체로 하반기 TV 광고의 성장을 낙관하기 어렵고, 엔데버 콘텐츠와 티빙의 적자도 계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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