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이 인터넷 게시판에서 화제다. 이 소문은 일본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의 한 가게가 ‘백신 접종자에게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제기돼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고 이 사진이 일본은 물론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확산한 것이다.

사진 속 안내문에는 일본어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분께. 다수의 손님에게서 백신 접종자의 체취가 불쾌하다는 불만이 접수돼 백신에서 나는 냄새를 풍기는 분은 혼잡 시 입점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 사진을 두고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코로나19 백신에 자석 물질이 포함됐다는 가짜뉴스 이후 백신 관련 소문 중 가장 어이없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 최초 출처는 일본 커뮤니티…”백신 접종자 화학약품 냄새난다”
사진 속 안내문이 일본어라는 점 외에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있는 단서는 없다.

이에 사진의 출처를 역추적한 결과 사진이 최초로 게재된 곳은 일본의 ‘히로시마 데일리 와시라'(HIROSHIMA DAILY WASHIRA)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였다.

이 커뮤니티 이용자인 K씨는 지난달 3일 ‘화학 냄새'(ケミカル臭)라는 제목의 글에 “백신 접종자에게서 약품 냄새가 난대요”라며 해당 사진을 첨부했다.

이어 안내문을 내건 식당은 자신이 과거 여러 번 거론한 야자와 마코토 씨의 가게라고 소개했다.

이렇게 게재된 사진이 일본 SNS에서 급속도로 퍼졌고, 이후 우리나라에까지 알려지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백신 접종자에게서 정체불명의 체취가 난다는 주장은 일본 사회에 널리 퍼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2채널’에도 ‘백신 접종자에게서 이상한 약품 냄새가 난다’는 글과 이에 대한 댓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근거 없는 뜬소문’이라고 지적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지만, ‘실제로 강력한 약품 냄새를 맡았다’는 식의 동조하는 글도 꽤 달렸다.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백신 접종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 2014년 미국서 ‘체취변화’ 연구결과…코로나19 백신은 불확실
그렇다면 백신 접종자에게서 냄새가 난다는 주장은 근거가 있을까.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자에게 정체불명의 냄새가 난다는 내용의 정식보고는 아직 없다.

대신 2014년 4월 미국 농무부(USDA)와 미국의 비영리 과학연구기관 모넬 화학 감각 센터(Monell Chemical Senses Center)의 공동 연구에서 광견병 바이러스(RV) 또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WNV) 백신을 접종하면 면역이 활성화돼 체취가 변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제를 거쳐 체취가 변하는지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백신을 접종하면 특정 항원의 핵심 염색체의 위치를 일컫는 ‘주요조직 적합유전자 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가 변동을 일으켜 체취가 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대해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은 23일 연합뉴스에 “2014년 연구에서 대상으로 삼은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은 전혀 다른 것이어서 그 연구 결과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심근염에 걸린 사례가 있지만 백신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확인된 바 없다”며 “심근염으로 인해 체취가 변할 수 있는지도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백신 접종자에게서 냄새가 난다는 신고나 보고사례는 아직 없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게서 냄새가 난다는 식의 이상반응이 신고되지 않았다”며 “면역 활성화로 체취가 변한다면 이전 다른 백신에도 비슷한 증상이 보고됐어야 했는데 그런 사례도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