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애호가로써 많은 작가를 만나고 작품을 수집해온 박영사 안종만 회장님의 아트컬렉션 일부를 매해 가을, 전시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애장품 중 일부인 바스키아, 앤디워홀, 로베르또꼼바스, 인준, 젠켈, 문범, 안윤모, 홍경택 등 국내외 작가 10여점을 소개한다.

갤러리박영의 첫 공예전으로 5인의 여성작가들의 전시가 이어진다. 김선미, 김혜경, 문이원, 이한정, 최은정 작가의 작업은 한국의 멋과 아름다움이 다양한 소재와 각기 다른 기법으로 표현되었다.

김선미 작가는 그릇을 만드는 한국 도예가 중 대표적인 작가이며, 그가 만드는 그릇은 모던한 조형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도자기로 알려져 있다. 김선미는 2000년도 초반까지는 ‘도자조각’으로 작품활동을 했으며, 이후 그러한 조형적인 미를 그릇에 접목시켜 실생활에도 불편함 없이 쓸 수 있는 그릇을 만든다고 평가받는다.

현재에도 빛과 열, 음식물을 재료로 한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면서 도자기와 실험조형의 접목을 계속 탐구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그릇은 ‘그릇’이라는 기능을 넘어서 디자인적 한계를 탐구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런 점에서 도예가 김선미는 기존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탐구정신을 가진 디자이너로서 미래 도자디자인의 예감을 보여준다.

김혜경 작가는 작품은 디지털 기기가 돌아갈 때는 마술사가 요술을 부리듯 눈부신 하얀 빛의 공작새가 파닥거리고, 나비가 춤을 추고 생명감을 준다. 기기가 꺼졌을 때 흰색으로 칠해진 전통 한국 가구와 하얀 초벌 도자기가 그 존재를 드러낸다. 프로젝션 매핑이 비추기 이전에 이 사물들은 말 없고, 정제된 고요한 실체이다. 김혜경 작가는 이 정제된 동아시아 전통의 요소들을 현대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결합시켜 새로운 장르의 미술로 거듭나게 하는 데 성공한 듯 하다. 관람객은 그의 마술에 매료되어 작품을 경험하게 된다.

문이원 작가는 그리고자 하는 대상에 인간의 삶을 투영하고 동질화하며 이들을 표현한다. 사물을 관찰하고 사색하고 시를 쓰고 영상으로 담아 홀로그램 빛 자개 안에서 이들의 마지막 몸짓을 검은 춤으로 은유화하여 화폭에 옮긴다. 2010년의 어느 겨울날, 이름 모를 곳을 거닐다 시들어 가는 1년생 식물이 허공에 그려내는 실루엣을 보고 이에 매료되었다. 그 이후 겨울마다 이들이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빛을 등지고 하늘을 배경으로 바라본 식물들은 고작 들판의 잡초일지언정 초록빛 르네상스를 지나 황폐한 사멸을 묘사하듯 그들의 제스쳐는 최고의 구성미를 자아냈다.

이한정 작가는 차창 밖으로 무수히 지나치는 자연의 풍경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과거의 내가 보고 경험한 풍경들이 기억 속에 쌓여 축적되었다가 현재의 내가 가진 감정이 더해져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생명의 시작이며 나의 존재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자연의 기운과 생동감을 빌어서 나의 내면의 공간을 형상화하고자 하였다.

최은정 작가는 레진(PUR Poly Urethane Reactive)을 주재료로 하늘의 풍광을 통하여 희망의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 특유의 예민한 시선으로 찰나의 아름다움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이것을 차곡차곡 수천 번의 레진 마띠에르로 쌓아서 하늘 이미지를 표현한다. 이렇게 표현된 하늘이미지는 관객들의 시선이 작품에 머무르며 시선이 평행하게 흐르는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도록 한다. 하늘의 빛을 부조와 같은 화면에 사용한 것에서 한 번 더 나아가 실제 빛을 사용한 입체작업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동서양을 넘나들며 궁극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였던 작가들의 숨결을 함께 즐겨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