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이른 아침부터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등 파업의 여파가 본격화하고 있다.

부산항과 평택항 등 주요 항만에서는 평시보다 물동량이 크게 줄어드는 등 운송 차질이 가시화하고 있고, 시멘트나 타이어 등 일부 품목의 수송은 멈춰선 상태이다.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를 맞아 경찰은 정당한 집회는 보장하나 정상적인 운행 차량의 운송을 방해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불법행위를 한 노조원들을 잇달아 검거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 30분께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서 공장으로 드나드는 화물차량을 막아선 혐의로 화물연대 조합원 15명이 무더기 체포했다.

이들은 출하차량을 둘러싸고 구호를 외치는 등 운행을 방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노조원 70여 명 중 경고 방송에도 불구하고 불법 집회를 계속한 15명을 검거했다.

부산항에서는 오전 8시 37분 화물연대 조합원 2명이 신항 삼거리 선전전 현장을 지나던 트레일러 2대의 진행을 막아서며 물병과 계란을 던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또 광주에서는 화물연대 광주지부 사무실과 인접한 하남산업단지 화물차고지에서 조합원과 경찰 간 산발적인 승강이가 이어지던 중 오전 8시 45분께 조합원 1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체포 과정에서 양측 대치가 발생했으나,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고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의왕 내륙컨테이너 기지(ICD)는 화물연대 조합원 300여 명에 의해 봉쇄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기지를 오가는 차량은 거의 없는 상태다.

인천항 일대에서도 화물연대 노조원들의 선전전이 계속되고 있다. 인천지역에서는 화물 운송 노동자 가운데 90% 이상이 총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 주요 거점 물동량 ‘뚝’…임시 장치장 확보 ‘비상’
주요 물류 거점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화물연대 총파업 직전에 비해 많이 감소, 운송 차질이 가시화하고 있다.

부산항 10개 터미널 장치율(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은 7일 오후 기준 파업 전보다 4%포인트가량 높은 73.7%를 기록했다.

또 파업 첫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부산항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1만9천여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집계됐다. 전날 반출입량인 2만5천여 TEU와 비교해 많이 감소한 수치다.

선사와 터미널 운영사 등이 화물연대 파업에 대비해 미리 물량을 조정하면서 당장 물류 현장에서 차질은 빚어지지 않고 있지만,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평택항의 지난 7일 반출입량은 68TEU로 집계됐다. 지난 한 달 하루 평균 반출입량 3천10TEU와 비교하면 98%가량 크게 줄었다.

평시와 비교하면 사실상 화물 운송이 멈춘 셈이다.

장치율은 8일 오전 63.4%로, 평시 58∼60% 수준과 비슷하지만, 상황이 지속하면 장치장이 포화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평택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파업에 대비해 임시 장치장을 확보해 놓은 상태여서 빈 컨테이너를 임시로 옮기는 등의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항 또한 3만3천667TEU 분량의 컨테이너를 보관할 수 있는 40만1천190㎡ 면적의 임시 장치장을 인천 신항 배후단지 등에 추가로 확보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화주들이 급한 화물은 미리 처리해 현재 항만 운영에 큰 차질은 없다”면서도 “파업이 이어지면 화물 처리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어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 일부 품목은 아예 운송 중단…현대차도 차질 우려
시멘트와 타이어 등 일부 품목은 수송이 아예 중단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충북 단양에서는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 화물차 운송이 멈춰 섰다. 철도를 통한 운송은 이뤄지고 있으나, 공급 차질은 불가피하다.

제주의 경우 빠르면 이번 주말부터 시멘트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타이어는 대전·금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타이어를 공장 밖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차량으로 타이어를 운반하고 있지만, 컨테이너를 사용할 수 없어 운송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물류 운송이 전면 중단되면 하루 평균 90억원 상당의 손해가 난다고 한국타이어 측은 주장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가동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현대차 울산공장을 오가는 화물연대 소속 납품 차량이 이날 오후 2시부터 운송 거부에 들어갈 방침이다.

현대차 납품 업체인 현대글로비스와 계약한 운송업체는 19개 사인데, 이들 운송업체 소속 화물 노동자 중 70%가량이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알려졌다.

자동산 생산 시스템은 제품을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생산방식'(JIT·Just In Time)이기 때문에 부품 일부만 납품되지 않아도 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화물연대 간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김명섭 화물연대 전북지역본부장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어떠한 대화 요청도 없었다”며 “정부의 대화 의지가 없다면 무거운 마음으로 파업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