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연구개발(R&D) 본부 내 엔진개발센터를 폐지하고 기존 조직들을 전동화 관련 조직으로 개편하는 등 전기차 전환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17일 연구개발본부 내 파워트레인담당 조직을 전동화개발담당으로 개편하고, 배터리개발센터를 신설하는 내용의 연구소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폐지된 엔진개발센터 산하 조직들은 전동화설계센터 등 다른 센터 산하로 옮겨졌다.

현대차[005380]는 이에 대해 내연기관 개발 조직 자체를 없앤 것이 아니라 전동화 중심 조직 개편을 위해 다른 센터 소속으로 옮긴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신설된 배터리개발센터 산하에는 배터리설계실과 배터리성능개발실, 배터리선행개발실 등이 자리 잡는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직접 양산하지는 않더라도 기술 개발은 주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파워트레인시스템개발센터를 전동화시험센터로, 파워트레인성능개발센터를 전동화성능개발센터로, 파워트레인지원담당을 전동화지원팀으로 명칭을 각각 변경했다.

이로써 현대차 연구개발 본부 조직 내에 파워트레인이라는 명칭을 쓰는 조직은 사라지게 됐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 담당과 제품통합개발 담당 조직을 통합했다. 이는 전체적인 개발을 관리하는 PM과 설계·성능개발·시험 등 실제 개발 업무를 맡는 조직을 하나로 묶어 의사소통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또 연구개발본부의 센터 2∼6개를 총괄하는 담당급 조직을 상당수 폐지하고 센터 단위로만 개편해 의사결정 단계를 축소했다.

이번 인사에서 새로 연구개발본부장을 맡게 된 박정국 사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의사결정을 효율화하고 적극적인 전동화를 추진한다”며 조직개편 취지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사장은 “과거의 큰 자산을 미래의 혁신으로 이어가기 위해 ‘엔진-변속기-전동화 체계’를 ‘설계-시험 중심 기능별 체계’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83년 신설해 알파·베타·세타·타우엔진을 내놓으며 그간 현대차의 글로벌 기업 도약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엔진개발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현대차·기아가 본격적인 전기차 전환기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2026년 전기차 글로벌 연간 판매 목표를 기존 100만대에서 170만대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히며 공격적인 전동화 전환을 예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