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가 국내에 첫 상륙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2일 여행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지난해 한국경제를 덮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악몽을 떠올렸다.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중화권 관광객들이 한국관광을 포기하면서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카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낮고 소두증 외에는 특별한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에 또 다른 주름살이 되지 않을까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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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메르스 여파로 국내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지카 바이러스가 22일 국내에 첫 상륙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소비심리 위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방송화면 캡처]
■ 지카 바이러스로 소비심리 더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

지카 바이러스의 국내 첫 상륙이 우려되는 것은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발생 때문이다. 22일 세계은행(월드뱅크)에 따르면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중남미 지역의 경우 경제적 피해 규모가 단기적으로 35억달러(약 4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은행은 이 같은 피해액은 중남미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0.06%에 불과하지만 멕시코와 인접한 소국 벨리즈의 경우 경제손실이 GDP의 1.22%에 달하는 등 국가에 따라서는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멕시코와 쿠바의 경우 지카로 인한 피해액은 각각 7억4400만달러, 6억6400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미 지난해 메르스 여파로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에까지 영향을 받은 터라 지카 바이러스에 따른 파급효과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메르스로 인한 관광산업 피해규모는 3조4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피해규모는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정부 분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6%로 당초 기대치에 못미친 것도 메르스 여파가 적지 않게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메르스가 기승을 부릴 당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로 역대 최악의 수준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최근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중 CCSI는 98로 메르스 때와 마찬가지로 바닥을 기고 있다. CCSI는 100보다 크면 낙관적임을,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 문제는 공포심리, 조기 차단대책 시급

경제는 심리싸움이란 말이 있다. 특히 전염병의 경우 막연한 두려움으로 공포가 확산되면 소비활동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극단적인 결과까지 나올 수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공포감이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진다면 실제 소비 감소와 생산·투자 감소, 고용 감소, 소비 악화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바이러스에 대한 군중 심리가 나타나면 경제적 충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통업계는 전전긍긍이다. 이미 지난해 메르스로 매출에서 큰 타격을 입었고, 올 들어서는 메르스와 같은 큰 소비침체 이슈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심리가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지카 바이러스가 국내에 상륙했고, 그로 인한 공포심리가 확산될 경우 제2의 메르스 사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태가 길어지는 경우 가계는 소비를, 기업은 투자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악몽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지카 바이러스로 인해 또 다시 소비심리 악화와 투자연기 등 악순환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성 전염병 중에서 가장 큰 경제적 손실을 끼친 것은 2002~2003년 중국과 홍콩 등을 덮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으로 피해규모가 최대 500억달러(약 58조50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영국에서 발생한 구제역과 광우병은 각각 300억달러(약 35조1000억원)와 130억달러(약 15조2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안겨준 것으로 추정됐다.

1990년대 중반 콩고민주공화국 등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 역시 220억달러(25조7000억원)로 피해규모가 상당히 컸던 것으로 WHO는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