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근로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식 근로시간면제제도(White-Collar Exemption)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원장 권태신)이 ‘근로시간제도에 관한 연구(2): 유연한 근로시간제도와 관련하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사무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진행됐다.

한경연은 “우리나라는 1997년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 등의 유연근로시간제가 도입됐지만 활용률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의 2013년 ‘기업체노동비용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활용률은 4.8%, 선택적 근로시간제 3.5%, 재량근로시간제 6.9%, 사업장 밖 근로간주근로시간제 14.4% 등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희성 초빙연구위원은 “최근 선택적 근로시간제 개선, 기획업무형 재량근로시간제 도입 등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입법을 통해 미국의 근로시간면제제도를 도입해 사무직 관련 유연근로시간제를 종합적이고 통일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1938년에 전형적인 사무 관련직 유연근로시간제로 근로시간면제제도(화이트이그젬션 : White-Collar exemption)를 도입했다. 화이트칼라이그젬션 제도는 근로시간으로 성과를 평가받기 어려운 화이트칼라 근로자에게 업무시간배분 재량권을 주고 성과에 따라 생산성을 평가·보상하는 제도다. 일정 수준의 소득기준을 충족하는 전문직, 관리직, 사무직 등이 제도 적용 대상*이다. 다만 외근영업직과 의사, 변호사, 교사 등은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제도 적용이 가능하다.

한경연은 “재량근로시간제 활용률을 높이려면 일본의 기획업무형 재량근로시간제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연구개발, 취재·방송 제작, 디자인 등 제한된 일부 전문업무*에 대해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로 정한 시간을 업무시간으로 보는 재량근로시간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활용률이 낮다.

반면 일본은 전문업무 뿐만 아니라 사업운영에 관한 기획·입안·조사 및 분석업무이면서 수행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맡길 필요가 있는 경우에 기획업무형 재량근로제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경연은 “우리도 근로기준법 및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상 업무에 기획·계획수립, 분석업무 등을 추가한다면 재량근로시간제 활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희성 초빙연구위원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현재 단위기간이 취업 규칙상 2주, 노사합의 시 3개월로 규정돼 있는데 계절적·분기별 수요의 변동이 있는 산업분야에서는 해당 기간에 맞춰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위기간을 1년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특정일의 근로시간을 연장시키는 대신 다른 날의 근로시간을 단축시켜 일정기간의 평균근로시간을 법정기준근로시간 이내로 맞추는 변형근로시간제다. 김 초빙연구위원은 “독일,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단체협약 시 12개월까지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국회에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2주·3개월에서 1개월 및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김 초빙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실근로시간이 OECD 국가에서 가장 긴 나라 중 하나로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재 법정 근로시간제도의 개정방향은 보호와 규제에 치우쳐 있고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