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다음 달 21일께 열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서 다룰 핵심 의제에 대한 논의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4일 복수의 윤 당선인측 관계자에 따르면 한미정상회담 미국 측 준비팀으로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이 이번 주말께부터 비공개로 방한 중이다.

케이건 국장은 NSC에서 한국과 일본 등을 담당하는 차관보급 고위 인사로, 방한 기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외교안보분과 핵심 관계자 등과 만나 정상회담 내용과 관련된 조율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미국에서 방한하는 정상회담 사전준비팀은 실무진을 중심으로 구성돼 정상회담 후보지를 답사하고 동선을 점검하는 등 주로 의전과 관련된 준비를 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인도·태평양 정책라인의 주요 인사인 케이건 국장이 한국을 찾은 만큼, 정상회담에서 도출될 결과물을 조율하는 데 있어서도 이번 방한 과정에서 실질적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시킨다는 윤 당선인의 구상이 구체화할 중요한 계기다.

윤석열·바이든 정부가 설정할 한미관계의 새로운 방향성은 정상회담에서 도출될 공동성명 등 양국의 합의 문서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글로벌 현안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늘리고 경제안보 등 다양한 분야로 미국과 협력 지평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밝혀 왔다.

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다소 균형적인 입지를 유지하려 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경제·가치 등 다양한 전선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중국 견제에 협력하겠다는 함의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하고 발표한 공동성명 역시 미국이 중국과 주요 경쟁 분야로 여기는 반도체와 5G 등 첨단기술은 물론 기후변화, 보건 등 상당히 포괄적인 내용을 망라하기는 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 측은 현재 한미 양국이 중요하게 다뤄야 할 ‘우선순위’ 의제에 보다 초점을 맞춘 공동 문서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지난해 한미 공동성명은 내용은 좋지만 백화점식이었다”며 “현시점에서 한미에게 중요한 어젠다를 추출해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공동 문서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화두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경제안보 및 한미 ‘기술동맹’ 추진이 중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지난 22일께 입국한 선발대 성격의 미측 의전팀은 국내 정상회담 후보지를 둘러보고 보안 관련 사항 등을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이전할 용산의 국방컨벤션센터 등이 현재 유력한 회담장으로 거론된다.

아울러 한미는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기간 수행할 여타 일정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 또는 한미 경제협력 관계를 상징하는 장소 등을 방문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경호 등의 문제로 구체적 일정은 막판에 결정될 전망이다.

미측 의전팀도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추가로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회담 장소를 비롯한 각종 의전 관련 사항도 이런 과정을 통해 최종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