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이어질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 또는 초기 치매 진단을 받으면 자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도인지장애란 기억력 등의 인지기능이 같은 연령대의 다른 노인들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본인도, 주변 사람들도 모두 인정하지만,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닌 상태를 말한다. 이런 노인은 다른 노인에 비해 치매로 이행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재향군인 의료센터의 에이미 바이러스 교수 연구팀이 재향군인 환자 약 14만8천 명(평균연령 74세)의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25일 보도했다.

이 중 6만3천여 명(대부분 백인 남성)이 치매, 약 2만1천 명이 MCI 진단을 받았다.

연구팀은 MCI나 치매 진단을 받은 일이 없는 다른 환자 6만3천 명을 비교를 위한 대조군으로 설정하고 자살 시도 위험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최근’ MCI 진단을 받은 노인은 다른 노인에 비해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7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치매 초기 진단을 받은 노인도 자살 시도 위험이 44%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적으로 자살을 시도한 경우는 매우 드물었지만 ‘최근’ MCI나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 중에서는 적지 않았다.

최근 MCI 진단을 받은 노인은 138명(0.7%), 치매 진단을 받은 노인은 400명(0.6%)이 자살을 시도했다.

MCI나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대조군 노인들 중에서는 253명(0.4%)이 자살을 기도했다.

인구통계학적 요인과 다른 정신 질환 병력 등을 고려했지만 MCI나 치매 진단을 받은 노인들의 자살 시도 위험은 여전히 높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다만 MCI나 치매 진단을 받은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간 노인들은 자살 위험이 높지 않았다.

자살 시도에는 이처럼 MCI나 치매 진단 시점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기능 저하가 시작되는 초기에는 다가올 치매가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의식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러나 MCI는 반드시 치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떨어진 인지기능이 그대로 안정되거나 정상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는 만큼 비관해서는 안 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MCI 진단을 받으면 앞으로 인지기능이 점점 더 떨어져 혼자 힘으로 생활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고 그러면 가족에게 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라고 연구팀은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 “짐 된다는” 생각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자살 위험요인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지적이다.

자살을 마음먹은 사람에게서는 사전에 징후가 나타날 수 있다. 이유 없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든가 개인용품을 없애버린다든가 하는 행동이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의사협회 저널 정신의학'(JAMA Psychiatry) 최신호(3월 24일 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