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법정에 ‘챗봇 변호사’를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9일(현지시간) 전했다.

피고인이 이어폰을 끼고 재판에 출석해서 인공지능(AI) 챗봇이 펴는 변론을 듣고 이를 똑같이 따라하도록 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런 계획이 법에 어긋나지 않는지, 또 이런 방식으로 과연 효과적인 변론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두낫페이'(DoNotPay) 창업자 조슈아 브라우더는 지난 3일 트위터 등으로 이런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를 과학 매체 뉴사이언티스트, 일간지 뉴욕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계획에 따르면 다음 달 미국 한 도시의 법원에 두낫페이 고객인 실제 피고인이 출석해 교통법규 위반 사건의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피고인은 녹음 장치를 통해 두낫페이의 AI에 재판 진행 상황을 전해 주며, AI는 ‘이러이러한 말을 판사에게 하라’고 이어폰으로 피고인에게 알려 주게 된다.

피고인은 판사 앞에서 챗봇이 일러준 말을 단어 하나하나 그대로 따라하기로 했다고 브라우더는 전했다.

미국 소재 시법원의 교통위반 사건 재판은 과태료 내지 범칙금에 해당하는 매우 경미한 사안을 다룬다. 거의 모두 이른바 ‘딱지’가 부당하다고 다투는 사건이다.

브라우더는 이 재판의 장소나 날짜 등 세부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담당 판사가 이 계획을 알게 되면 금지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시간 AI 챗봇을 이런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이 변호사 자격에 대한 법규나 법정 내 전자기기 사용 등에 관한 규정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브라우더는 그런 문제들을 이미 고려해서 재판 관할 법원을 골랐다며 “(이런 일이) 명확히 불법으로 명시돼 있지는 않은 관할구역이 2곳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줌으로 진행된 교통법규 위반 사건 재판에서 텍스트 챗봇의 말을 피고인이 고스란히 따라하는 방식으로 변론을 펴도록 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우더는 이번 재판이 시법원에서 열리는 교통법규 위반 사건이어서 단순하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며, 이와 별도로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열리는 변론에 똑같은 방식으로 참여하겠다는 변호인이나 개인에게 100만 달러(12억4천만 원)를 주겠다고 지난 8일 트위터로 제안했다.

다만 미국 연방대법원 법정에는 전자기기 반입이 금지돼 있으므로 이 제안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