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과거사 사건 진실규명 결정과 권고사항을 속속 발표하고 있지만 권고 이행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사 관련 권고사항 처리 및 이행관리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는 규정대로 위원회 조사 활동 종료 후에야 이행관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진실화해위는 이달 19일 기준 진실규명 결정한 14건 중 9건에 대해 관련 부처에 그 내용과 권고 사항을 통보하고 이행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권고사항을 통지한 사건은 서산개척단 사건, 건설호 납북어부 인권침해 사건, 신군부의 노동조합 정화조치에 의한 강제 해직 사건 등이다.

통보 대상기관은 행안부, 국가보훈처, 법무부, 국방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일부 지방자치단체 등이다.

진실화해위가 이들 기관에 공문을 보낸 건 진실규명 결정에 따른 위원회의 권고가 언론 보도로만 알려질 뿐, 관련 부처에 직접 통지되지 않아 국가 기관의 실질적인 후속 조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이다. 진실화해위 권고는 강제력이 없어 권고 사항 이행 점검만이 관련 부처를 압박하는 유일한 방안이다.

문제는 공문을 보낸 기관 중 이행관리를 담당하는 행안부가 위원회 통지서를 접수하지 않고 반려했다는 점이다.

행안부는 ‘과거사 관련 권고사항 처리 등에 관한 규정’상 진실화해위의 활동 종료 후 국회·대통령에 보고하는 종합보고서에 포함된 권고사항만 이행 관리하게 돼 있다는 이유를 들어 공문 수령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화해위의 남은 조사 기간이 2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개별 권고를 발표한다고 해도 종합보고서가 발간되기 전까지 최소 2년간 행안부의 권고 이행 관리는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앞서 1기 진실화해위 때 정부가 권고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위원회 권고사항 처리기획단’을 설치·운영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행안부 과거사 관련 업무지원단 관계자는 “지원단은 1기 진실화해위 종료 후 권고사항 이행점검 업무만 담당하고 있다”며 “2기 진실화해위는 근거 규정이 없어 지원단 소관이 아닌데다가, 현재 지원단 인력도 매우 부족해 현실적으로 권고 이행을 담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권고사항 이행점검 문제를 풀려면 위원회 자체적으로 국무조정실을 통하거나 법 개정을 통해 법률상 미비한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규정상 행안부가 진실화해위의 개별 권고를 관리할 방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사 규정 제2조 제1항 제4호에 따르면 행안부 ‘과거사 관련 권고사항 처리 심의위원회’가 이행상황의 점검·관리가 필요하다고 의결하는 사안은 종합보고서가 나오기 전이라도 이행관리를 할 수 있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현행대로 종합보고서 권고사항에 대한 이행관리만 이뤄지면 피해자들이 권고 이행을 장기간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위원회가 발간하는 반기별 보고서에 권고사항을 담고 이에 대한 이행계획을 소관 부서가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