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치료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중환자 치료의 특성상 당장 위태로운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게 여전히 가장 중요하겠지만, 최근 A씨처럼 중환자 치료 후 증후군(Post Intensive Care Syndrome, PICS)을 겪는 경우를 줄이고자 의료현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지하 1층 강당에서는 ‘제2회 아시아태평양중환자조기재활컨퍼런스’가 열렸다. 지난해 4월 일본에서 첫 컨퍼런스가 열린 이후 1년여 만에 아태 지역의 중환자의학 전문가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중환자 치료 후 증후군은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난 뒤 생기는 모든 병적 상태를 말한다.

오랜 병상 생활로 인하여 앙상하게 마르기도 하고, 근육 소실로 누워만 있는 신체 쇠약증이나 치매 수준으로까지 인지 기능이 떨어지거나 우울증이나 신경증적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이러한 중환자 치료 후 증후군(PICS)을 해소하기 위하여 중환자재활 분야의 귄위자인 데일 니덤(Dale Needham) 美 존스홉킨스병원 교수를 비롯한 세계 각국 전문가들의 노하우와 최신 연구결과들이 쏟아졌다.

특히 중환자라고 병상에 눕혀만 놓는 게 아니라 서서 걷게끔 하는 중환자 재활치료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최근 유럽 및 미국 중환자의학회에서 발표하는 가이드라인에도 중환자실 재활치료, 특히 조기 운동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병상에서 근력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침상용 전동자전거 기기를 가져다 두어 유산소 운동도 하게끔 한다. 몸을 가눌 수 있도록 앉은자세 훈련, 보행훈련도 병행된다.

이러한 조기 재활치료를 받은 중환자는 신체적, 정신적 회복이 빨라진다고 알려져 있다. 인공호흡기도 일찍 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입실 기간 역시 짧아지고 생존율은 높아져 장기적 예후도 좋아진다.

정치량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아직 국내에서는 중환자 조기 재활치료를 시행하는 병원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환자들이 중환자실이 절망적인 끝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이 시작되는 곳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컨퍼런스를 주도한 서지영 대한중환자의학회 중환자재활연구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과장)은 “중환자 재활은 국내에서 이제 막 꽃을 피우는 단계”라며 “의학 발전에 따라 이제 중환자들에게서도 단순히 치료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하는 수준으로 올라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