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가 남긴 글을 토대로 그의 사유의 궤적의 한 측면을 충실히 추적한 책 ‘니체의 마을에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좋은땅 펴냄)이 출간되었다.

니체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통한 이해와 사실 복원으로부터 출발해 니체의 개인적인 정서와 삶에 대한 저자의 주관적 해석으로 그 무게중심이 이동되며 하나의 흐름을 이루는 독특한 구조를 지닌 책이 바로 ‘니체의 마을에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니체의 마을에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보편적 가치의 요청은 허구이며 의미 있는 것은 경험적 자아뿐’이라고 주장하는 니체의 시각으로 시작해 ‘인간의 요구보다 상위에 존재하는 보편적 가치의 요청이 실재한다’는 저자 자신의 관점이 점차 개입되면서 강물과 초원이 대화의 영역을 형성하며 흐르는 양상을 띤다.

이 대화의 흐름에서 우리는 니체의 갈등을 칸트의 인간관과 연관된 변주곡처럼 감지하게 될 것이다. 니체가 스스로 창조자가 되고 입법자가 되며 자기 자신을 무한가능자로 고양시키려 했을 때 독자는 ‘명령은 더 이상 신으로부터도 종교로부터도 국가로부터도 오지 않고 개인 자신으로부터 온다’는 칸트의 말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강줄기가 하류에 이를수록 방향을 잃고 초원에 흡수되는듯해 하류에 이르러 우리는 ‘철학의 언어나 과학의 언어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필요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신의 현존을 확신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며 인간으로서 마땅한 일이다’라고 말했던 칸트의 주장이 니체의 고뇌를 조명하게 됨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이 책은 한 편의 지적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픽션은 아니다.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객관적 자료에 충실하였고 평전이라고 하기에는 구조적인 독특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난해하다고 여기는 니체 철학 자체 내의 충돌들을 비철학적·비학문적 시각으로 보다 말랑말랑한 언어로 추적하여 조금 더 구석진 곳에 남아있는 니체 안의 동기들까지 복원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자평한다.

김정효 저자는 “십여년의 숙고 끝에 출간하는 첫 작품”이라며 “이 책에 대한 애정을 에둘러 표현하면서 무신론자들에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영혼의 세계를 물질세계 안에서 감각적인 것들의 언어로써 재구성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 이 시대의 관심사라고 한다면 이 책은 분명 시대를 비껴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과학적 지식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고 여기는 모든 사람들에게 드리는 선물’이라고 저자는 ‘니체의 마을에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도 이 책은 <서시>에서 윤동주가 노래했던 ‘길’과 포효하는 사자로서 쟁취하는 니체의 ‘자기 자신이 주인이 되는 길’ 사이에서 진자운동을 하는 모든 진정한 청년에게 드리는 선물이 될 것 같다. 여기서 윤동주의 ‘길’이란 ‘민족적 길’뿐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걸어가야 할 길’을 의미한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