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취약층의 빚 부담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7% 수준에 이를 경우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빼면 대출 원리금도 감당하지 못하는 대출자가 19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금융당국의 분석도 나왔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취약차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중금리 대출 상한선을 현실화하는 등 여러 대응책을 마련하며 ‘총력전’에 나섰다.

◇ 이미 대출금리 상단 6% 넘어…”원리금 감당 못 하는 차주 더 늘 것”

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기준금리는 2.25%로 올랐는데, 시장은 연말 기준금리가 2.75∼3.0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단은 약 12년 만에 6%를 넘어섰다.

지난 1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주택금융공사보증·2년만기)는 연 4.010∼6.208% 수준이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앞으로 더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다음 달 중순부터 적용될 7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부터 빅스텝의 충격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연말께 대출금리 상단이 8%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현실화한다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의 14년 만이다.

금리상승이 가계대출 차주의 상환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금감원의 조사 결과, 지난 3월 말 기준 3.9%인 평균 대출 금리가 3%포인트 상승할 경우 대출자 1천646만명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를 넘는 경우가 19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140만명에서 50만명 늘어나는 것이다.

DSR이란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대출이자와 대출 원금이 소득과 비교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한 수치로, 이 수치가 70%를 초과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제외했을 때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차주로 분류된다.

같은 조건에서 DSR 90% 초과 차주는 90만명에서 120만명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SR 90%를 초과하면 소득에서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을 차감하면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 금융당국, 민간 중금리 대출 상한 합리화…금리인하요구권 실적 공시도 추진

금융당국은 특히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제2금융권에서 취약차주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고려해 금융당국은 2금융권 대출이 많은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의 특성에 맞는 연착륙 방안을 추진한다.

우선 금융위원회는 민간 중금리 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금리 상한 기준을 합리화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를 반영한 상호금융업·여신전문금융업·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일부 개정안을 지난 13일 입법 예고했다.

민간 중금리 대출 제도는 신용 하위 50%인 개인 대출자를 위한 제도로, 업권별 금리 상한 요건을 충족하는 비보증부 신용대출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민간 중금리 대출의 금리 상한은 ▲ 상호금융업권 8.5%→10.5% ▲ 신용카드업 11%→13% ▲ 신용카드 외 여신전문금융업자 14%→15.5% ▲ 저축은행 16%→17.5%로 상향이 추진된다.

금융위는 “금리 상승으로 중·저신용자 대출금리가 민간 중금리 대출 상한보다 높아지는 경우, 금융회사가 금리 상한에 맞춰 중·저신용자 대출을 민간 중금리 대출로 취급할 유인이 감소하게 된다”며 “금리 상한 기준을 합리화해 민간 중금리 대출 확대를 유도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를 위해 다음 달부터 금융사별 운영 실적을 비교 공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경제·금융 상태가 개선된 대출자가 금융사에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인데, 그간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위는 또 금융소비자들의 정보 접근성을 확대하고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매달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예대금리차)를 비교 공시한다.

이달부터 은행권이 전산시스템 개편에 착수했으며, 7월 금리부터 공시가 이뤄질 예정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자율적인 취약층 배려 상품 출시를 유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기존 주택담보대출자의 부담 이자 가운데 5%를 넘는 부분을 은행이 1년 동안 지원한다는 내용의 취약 차주 금리 인하 방안을 내놨는데, 당국은 다른 은행도 이런 자율적인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취약층에 대한 정부의 금융지원 대책에서 빠진 부분에 대해서는 금융사가 답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15일 임원회의에서 “금융권이 정부 차원의 대책 이외에 자율적으로 취약차주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