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에 실패한 뒤 가족을 이끌고 도피여행을 감행했다가 뜻밖에도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은 한 가장의 감동적인 여행기 ‘나만 믿고 따라와’가 북랩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벤처기업 CEO로 일하던 저자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빚 독촉 등으로 집을 비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족을 이끌고 한 달간 유럽여행을 떠난 특별한 사연을 담고 있다. 저자는 가장으로서 부양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면서도 가족이 믿고 의지할 사람은 가장인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에 책 제목을 ‘나만 믿고 따라와’로 정했다.

건설 분야 벤처기업을 경영하던 저자 이순환 씨는 예상외의 사업 부진으로 수억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그와 가족이 사는 아파트도 몇 달 치 월세가 밀릴 지경이었다. 한국에서 사업에 실패한 가장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리 많지 않다. 오죽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무작정 집을 나와 거리를 배회하는 가장이 끊이지 않을까. 그는 고민 끝에 가족 여행을 선택했다. 그것도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유럽을 목적지로 골랐다.

런던에서 깔레, 브르게, 브뤼셀을 거쳐 뮌헨, 잘츠부르크, 나폴리, 마르세유 등 유럽 전역에 걸쳐 펼쳐지는 이 여행은 여느 배낭여행과는 달랐다. 총 8,300㎞가 넘는 거리를 저자가 직접 운전하고 여행하는 동안 조금씩 삶의 희망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도망치듯이 떠난 여행이었지만 뜻밖에도 여행은 가족에게 행복과 희망 그리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주었다. 또한 낯선 곳에서 어려운 일들을 함께 겪으며 가족들은 더욱 서로를 믿고 의지하게 됐다.

여기까지는 반전이 있는 해피엔딩에 가깝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다. 사업에 실패한 가장이 현실의 절망감을 안고 도망치듯 떠난 유럽 여행은 이후의 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무모함 그 자체였다. 이들이 무턱대고 비행기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떠나는 두려움보다 머물러 있을 때의 공포가 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 가족이 도피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과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좌절감, 앞으로 닥쳐올 공포까지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어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는 요즘 결코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공감을 안긴다.

저자인 이순환 씨는 현재 교량 건설과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연구하는 벤처기업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최고경영자(CEO)로 일하고 있다.

저자는 “여행에서 돌아온 뒤 삶은 여전히 생존을 위한 투쟁의 연속임을 실감한다”며 “여행이 삶이 되게 할 수는 없지만 삶과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을 동력 삼아 반드시 일어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나만 믿고 따라와
이순환 지음 | 국판 | 280쪽 | 14,500원 | 2016년 8월 12일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