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과 일본 경단련은 19일(수) 오전 10시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2층 사파이어룸에서 ‘동아시아 서플라이체인 변화와 한일의 대응’ 방안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후카가와 유키고 와세대 교수(일본 경단련 21세기정책연구소 연구주간)는 한일 기업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한일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그동안 한일 경제계는 시장논리를 바탕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나, 한국의 일부 여론은 양국 경제계를 경쟁적인 관계로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어떤 산업의 한일 시장점유율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이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일본은 전세계 서플라이 체인을 갖추고 있어서 일 본내 서플라이 체인 비중이 낮다. 반면 한국은 한국내 제조 비율이 매우 높다. 따라서 언론에서 어떤 산업의 한국제품(Made in Lorea)이 일본제품(Made in Japan)보다 높다거나, 한국제품 시장 점유율이 세계 1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본의 서플라이 체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조선 철강분야에서 한일 경쟁 구도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본의 조선 철강 등은 이미 구조조정을 했고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고 있다. 이 분야에서 일본은 한국의 경쟁관계가 아니라고 본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비관세장벽이 높다고 하는 주장이 있는데, 대만이 샤프를 인수합병했던 것처럼 한국이 일본 기업을 M&A하면 이런 장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한일 산업간 협력 분야는 금융, 기술 등 상호 부족한 부분이나 인더스트리 4.0이나 고령사회 등을 대비하는 신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3국 진출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일본과 같은 대형은행이 없고, 일본은 기술 수출국이나 한국은 여전히 수입국이다. 최근 일본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Lot) 분야 헬스 등 인터스트리 4.0 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령세대를 위한 쇼핑혁신, 로봇슈트 등에 대한 혁신도 추진 중이다.

한편, 후카가와 교수는 저성장 시대에 한일 양국이 경제의 성장 모멘텀을 계속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법인세, 환경규제, 노동시장 개혁, 전기요금, 환율정책, FTA의 확대 등 6개 분야에 양국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 지적하였다. 이 분야에 대한 개혁 결과에 따라서 한국과 일본 어느 쪽이 더 투자하기에 유리한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측 주제발표자로 나선 정성훈 KDI 연구위원은 중국 내수시장의 구조 변화가 한국 산업에 주는 영향과 한일 양국 협력방안을 제시했다. 최근 20년동안 중국의 내수경제가 급격히 커져왔고, 특히 내구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2014년까지 한국의 중화학 제조업이‘중국특수’를 누렸다.

중국의 한국제품에 대한 내구재 수입이 1% 늘어나면, 한국의 GDP는 95년에는 0.003% 늘었지만 2014년에는 0.034% 증가하는 상황이 됐다. 한국의 내구재 산업에 있어 중국의 영향력은 95년에 비해 2014년에는 11배 커졌다.

그러나 최근 중국경제는 서비스산업 성장률이 제조업 성장률을 앞지르는 구조변화를 겪고 있어, 한국 중화학공업의 ‘중국특수’를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로 인해 한국경제 성장 속도가 떨어지고, 주력 산업들의 성장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을 대응하기 위해 한일간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은 수출상품이 많이 겹쳐 상호 경쟁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신흥시장을 개척에 있어 한일 기업이 윈원할 수 있는 구조다. 한국과 일본기업의 진출이 부진한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 국가에 진출에 있어 전략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일 양국 산업의 경합도는 점차 약해지고 보완적인 관계가 강해지고 있으며 한국의 제조업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경합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일 양국 모두 신성장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신성장전략을 추진 중인데, 신성장산업 육성을 위한 자금 및 시간 부담, 초기시장수요 등을 고려할 때 한일간의 협력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케하타 슈헤이 NHK서울지국장은 토론에서 일본기업의 경우‘차이나 + 1’전략이 정착돼 있다고 하면서 한국기업 역시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다른 나라 및 지역과 관계를 깊게 해서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케하타 지국장은 한국가스공사와 미쯔비시상사가 인도네시아에서 공동으로 설립한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를 사례로 들면서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인 차이가 적기 때문에 제3국 진출에서 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