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딱딱할 것이란 선입견 탓에 다수 독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온 인문학을 앞으로는 만화로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북랩이 최근 문학, 철학, 역사,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인류학 등 인문학 분야의 필독서를 망라해 만화와 함께 정리한 ‘카툰 인문학’ 시리즈를 펴냈다. 1권에서는 ‘현대문명, 욕망, 사랑, 정의’를 다뤘으며 2권에서는 ‘문화, 예술, 나이 듦, 죽음’에 대한 동서양의 사상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정리했다.

이 인문학 시리즈는 학술적인 느낌의 인문학 서적에서 벗어나 마치 만화책을 보듯 술술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주제와 관련된 재치 있는 그림은 글의 이해를 높이도록 도와주며, 곳곳에 배치된 사상가들의 명언은 글에 깊이를 더해 독자들이 인문학적 소양과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저자는 만화가도, 인문학자도 아닌 현직 변호사 전왕 씨다. 북랩은 치밀하고 논리적인 법리만을 추구할 것 같은 그가 해박한 지식으로 인문학을 섭렵한 저서를 출간했다는 사실 자체가 법조계에선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32회(연수원 22기)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변호사로 일하는 동안, 학부모의 눈높이에서 자녀들의 인성, 두뇌 개발을 위한 인문학 도서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 카툰은 미국 아트센터에서 수학한 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아영 씨’가 그렸다. 사실적이지만 그렇다고 딱딱하지 않은 그녀의 일러스트는 책의 강약을 조절하는 독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는 입시 위주의 교육과 어학 공부에 치중했던 현실을 비판하고,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변화무쌍한 세상사를 예측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 즉 인문학적 소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인문학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고 현재와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준다며, 문학적 소양에 바탕을 둔 상상력과 아이디어에 의해 새로운 사회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가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본다”는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한 구절에서 영감을 얻어 스마트폰을 발명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인류 최고 사상가들이 세상을 바꾼 내용으로 가득한 이 책 역시 독자에게 깊은 영감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촌철살인의 통찰로 국내 인문학의 지평을 한 차원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