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채플을 듣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게 하고, 대체 교과목도 개설하지 않은 것은 학생의 ‘특정 종교를 믿지 않을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대학이 채플 과목을 강제해 재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진정은 2000년대 초부터 여러 번 접수됐지만, 인권위가 기각이나 각하 대신 인용 결정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는 채플 수강을 강요하는 광주 A대학 학내 규정에 반발한 재학생의 진정을 인용해 A대 총장에게 대체수업을 개설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A대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종립대학교로, 보건분야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표로 한다. 기독교 신앙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학과를 두고 있거나 신입생의 지원 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하진 않았다.

A대 측은 “채플 수업은 포교 목적이 아니고 종교 전파에 대한 강제성을 갖고 있지 않다”며 “대표 기도를 드릴 학생은 학과에서 추천한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는 학생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A대가 학생들의 개별적인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사실상 종파 교육을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종교 교육엔 교양 함양을 목적으로 하는 ‘종교지식 교육’과 종교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 교육’으로 나뉘는데, A대 채플은 설교·기도·찬송·성경 봉독 등으로 구성돼 사실상 교회의 예배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고 봤다.

‘종립대학에 입학했다면 학생이 종교 교육에 동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세간의 인식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우리 대학 구조상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그중에서도 30% 이상이 종립대학”이라며 학생에게 대학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학생들의 대학 선택 기준이 본인의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는 대학 서열화에 따른 타의적 요소가 다분히 작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종립대학 입학을 그 대학의 종파적 종교교육에 무조건 동의한 것으로 추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A대는 신입생 모집 요강에 채플 수업이 필수과목이라는 내용, 이를 이수하지 못할 경우 졸업을 하지 못한다는 내용 등을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인권위는 “종립 사립대는 건학이념에 맞춰 교과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종교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종립 사립대의 종교 교육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교육받을 권리를 동시에 보장하는 길은 수강 거부권을 인정하거나 대체 과목을 개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