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전 혁명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오만한 적에 대항해 영원히 싸울 것입니다”
11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 아자디 광장에서 만난 니크델(62)씨가 목소리 높여 말했다.

그는 한 손에 손팻말, 다른 손에는 이란 국기를 들었다.

손팻말에는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문구가 이란어와 영어로 쓰여있었다.

이날 이곳에서는 이슬람혁명 43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정예군 혁명수비대와 경찰은 오전 7시부터 아자디 광장 반경 1㎞ 교통을 통제했다.

아자디 광장 인접 지역은 총기로 무장한 경찰이 둘러쌌다.

친미 팔레비 왕정을 퇴출하고 신정일치의 이슬람법학자 통치가 들어선 1979년 이슬람혁명을 기념하는 이 집회는 이란 정권의 최대 행사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오전 10시께 광장은 인파로 가득 찼다.

아자디 타워로 오는 4곳의 진입로 모두 1㎞ 넘게 집회 참가 행렬이 이어졌다.

현지 매체는 이날 테헤란 집회에서만 100만명의 인파가 모였다고 보도했다.

이날 집회의 ‘중심지’ 아자디 타워 아래에는 이슬람 성직자를 상징하는 모자(터번)를 쓴 남성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성조기를 바닥에 깔고 인화 물질을 부은 뒤 불을 붙였다.

군중들은 주먹을 쥔 채 “마르그 발르 움메리카”(미국에 죽음을), “마르그 발르 이스라엘”이라고 외쳤다.

부모 손에 이끌려 집회에 나온 아이들도 불타는 성조기를 보며 구호에 동참했다.

검은 차도르를 입은 여성들도 이란 국기를 들고 이슬람혁명을 지지한다고 외쳤다.

테헤란에서 자영업을 하는 알리레자(53)씨는 “핵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굴복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43년 전처럼 저항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란과 ‘P5+1′(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국가들은 지난해 4월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핵합의 복원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란 외무부는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지 43년이 지났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이란의 권익이 존중돼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사흘 전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은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미국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집회가 절정에 이르면서 이란군 특수부대가 낙하산을 타고 아자디 광장으로 내려왔다.

이란 국기로 장식한 ‘오토바이 부대’도 굉음을 내며 아자티 타워 주위를 돌았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우리는 절대 오스트리아 빈과 미국에 희망을 두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