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러시아산 원유·석유제품 금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융정보 플랫폼 레피니티브 아이콘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5∼6월에만 5차례에 걸쳐 23만t의 휘발유와 나프타를 아랍에미리트(UAE)와 오만에 수출했다.

올해 들어 두 나라에 수출된 러시아산 휘발유와 나프타는 총 55만t으로 추산된다.

러시아는 작년까지만 해도 이들 중동 국가에 휘발유와 나프타를 수출하지 않았다.

아프리카에서도 최근 러시아산 휘발유와 나프타 수입이 부쩍 늘었다.

나이지리아와 모로코는 지난 수개월 사이 러시아산 두 석유제품의 주요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세네갈, 수단, 코트디부아르, 토고 등도 러시아산 석유제품을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레피니티브 아이콘은 아프리카 국가가 매월 20만t 규모의 러시아산 가솔린과 나프타를 수입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러시아가 아프리카에 수출하는 경유의 양 역시 올해 들어 현재까지 100만t 규모로 작년 상반기(80만t)보다 증가했고, UAE 등에 수출하는 러시아산 중유의 양도 급증세다.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의 주요 고객이던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이들 제품의 수입을 단계적으로 줄여 올해 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가 최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빠르게 늘리기 시작했으나 아시아의 원유 정제 능력은 역내 수요를 넘기 때문에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지역이다.

따라서 러시아는 세계 시장에서 선두권 점유율을 유지하고 석유제품의 수출과 생산이 줄어들지 않도록 중동, 아프리카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로이터통신은 해설했다.

러시아산 석유 거래에 관여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중동과 아프리카는 러시아 석유제품 공급업체의 가장 중요한 선택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EU 금수를 앞두고 올해 하반기 더 많은 물량이 (그 지역들로) 운송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러시아는 유럽에 하루 250만 배럴 이 넘는 원유와 200만 배럴 상당의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하지만 서방의 제재로 판로가 막히면서, 러시아에선 경유가 휘발유보다 30~40% 비싼 가격에 팔리는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할 정도로 석유 수급이 불안정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방이 러시아산 휘발유와 나프타 등의 구매를 줄이자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돈 탓이다.

현재 러시아산 휘발유는 본선인도가격(FOB) 수준으로 제재 대상이 아닌 유럽산(t당 약 1천330달러)보다 t당 250~300달러 싸게 팔린다.

경유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아서 러시아산 경유라고 해도 유럽산보다 t당 40~50달러 싼 수준에 가격이 형성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