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한때 거의 마비됐던 세계적 곡창지대 우크라이나의 농산물 수출이 전쟁 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던 세계 주요 곡물 가격도 상당 부분 안정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전쟁 전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식량 위기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상태다.

19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농업정책부가 집계한 지난달 곡물·채소·식용유 등 농산물 수출량은 690만t이었다. 이는 지난해 9월 농산물 수출량인 710만t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가을철 농산물 출하량이 현재까지 1천40만t으로 여름철 전체보다 100만t 늘었다며 이달에도 농산물 수출이 증가 추세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유럽의 빵 바구니’라고 불리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침공하면서 세계 곡물 가격이 치솟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를 봉쇄해 주요 곡물·비료 수출로를 차단했다. 우크라이나는 육로로 우회 수출을 꾀했으나 수출량은 크게 줄고 관련 비용은 증가했다.

그 결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경질 적색 겨울 밀 선물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해 지난 5월에는 작년 말보다 71% 뛰었다.

옥수수 선물 가격도 5월에 작년 말보다 40% 치솟았다.

이후 지난 7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유엔과 튀르키예(터키)의 중재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을 재개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우크라이나산 곡물뿐 아니라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에 대한 수출 제한도 해제하는 합의가 함께 이뤄졌다.

이 협정 체결 이후 우크라이나는 흑해 3개 항구를 통해 농산물 수출을 재개했다. 지난달에만 380만t의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인 오데사를 통해 수출됐다.

또 같은 기간 우크라이나 다뉴브강 항구와 육로를 통해 124만t, 128만t의 농산물이 수출됐다.

이에 세계 식량 가격도 차츰 내려 이날 현재 밀 선물 가격은 5월 고점보다 31% 하락했으나, 여전히 작년 말보다는 18% 높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옥수수 선물 가격도 5월 고점보다는 11% 내렸지만, 작년 말보다는 24% 높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도 지난 3월 역대 최고치인 159.7까지 치솟았다가 9월에는 136.3으로 6개월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작년 동기보다는 아직 5.5% 높은 상태다.

우크라이나의 농산물 수출량이 전쟁 전 수준을 거의 회복하긴 했으나, 앞으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WSJ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현재 수출하는 옥수수가 올해 초 수출하지 못해 밀려있던 재고라고 지적했다.

올해는 전쟁으로 인한 혼란, 자본·노동력 부족, 비싼 비룟값 등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농민들이 밀을 덜 심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량은 앞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곡물 가격이 올해 최고점보다는 내렸으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미국의 밀 수출량마저 50년 만에 최소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돼 식량 부족 우려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다.

또 전쟁은 우크라이나 농업의 기반 시설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6월 우크라이나의 항구도시 미콜라이우에 있는 해바라기유 저장고를 폭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