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에서 약값으로 나가는 금액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로 만성질환이 늘고 보험 적용이 되는 고가의 신약이 속속 등장하는 등의 영향으로 약품비 지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등에 따르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의약품에 지출하는 비용이 매년 증가해 지난해 2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약품비는 2015년 14조986억원에서 2016년 15조4천287억원, 2017년 16조2천98억원, 2018년 17조8천669억원, 2019년 19조3천388억원, 2020년 19조9천116억원, 2021년 21조2천97억원 등으로 꾸준히 올랐다.

최근 7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6.7%에 달했다.

다만 건강보험 총진료비 중에서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26.2%에서 2016년 25.7%, 2017년 25.1%, 2018년 24.6%, 2019년 24.1%, 2020년 24.5%, 2021년 24.06% 등으로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약품비보다 진료 행위료와 기본진료비 등 의료비가 상대적으로 더 빨리, 많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래도 약품비는 전체 건강보험 지출액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할 만큼 여전히 비중이 높다.

◇ “노인인구 급증·고가신약 건보 등재 등으로 약품비 더 늘 것”

전문가들은 고령화에 따른 노인인구 급증으로 의약품 수요가 늘고 고가 신약이 속속 건보 적용을 받으면서 약품비가 갈수록 더 늘 것으로 우려하고, 건보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약품비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인구 고령화 속도가 1위인 국가로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20년 15.7%에서 2025년 20.3%로, 2065년에는 43.9%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노인은 다른 인구 집단보다 복합 만성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아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해 여러 의약품을 동시에 처방받아 빈번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심평원이 노인 환자의 2010∼2019년 연도별 의료이용과 다약제 사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5개 이상의 동일 성분 의약품을 90일 이상 사용한 노인 환자는 2010년 165만명에서 2019년 275만명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급속한 고령화로 건보가 재정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초고가 신약들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았거나 받으려고 줄줄이 대기 중이다.

1회 투약 비용이 약 5억원에 달하는 세포치료제 ‘킴리아’가 소아 급성림프성백혈병 치료용 등으로 올해 4월 급여적용을 받은 데 이어, 한번 주사 맞는데 약 28억원(영국 비급여 기준)이 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척수성근위축증(SMA)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가 늦어도 8월 중에 건보 등재를 앞두고 있다.

1회 투약하려면 약 10억원을 내야 하는 유전자치료제 ‘럭스터나'(유전성 망막 질환 치료제)도 건보 적용 의약품 목록에 이름을 올리겠다고 신청해놓은 상태다.

◇ 한정된 건보재정 상황서 약품비 합리적 관리 필요

고가의 신약이 건보 적용을 받으면 환자의 비용 부담은 대폭 줄어들기에 희귀질환 환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한정된 재원의 건강보험으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건보재정 악화를 걱정하며 혹시 건보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건보 재정 전망은 어둡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2030년 중기재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건보 보장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건보 당기 수지 적자 규모는 2024년 4조8천억원, 2025년 7조2천억원, 2028년 8조4천억원, 2030년 13조5천억원 등으로 커진다.

이에 따라 건보 적립금은 갈수록 감소해 2023년 8조원, 2024년 3조2천억원을 끝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해마다 수조원의 누적 수지 적자 상태에 빠질 것으로 국회예정처는 전망했다.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소 윤상헌 부연구위원은 ‘의약품 및 의료기기 생애주기별 국내외 급여 관리제도 비교’ 연구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의약품 수요 증가에 따라 건보재정 지출도 꾸준히 늘 것”이라며 “노인의 다약제 사용 문제를 포함해 약품비를 더욱 더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