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문화관광산업 경쟁력 강화 회의’를 통해 ‘창조 관광도 창조경제’라고 밝힌 가운데 트릭아이미술관이 연간 40만 명의 외국인을 끌어들이는 문화산업 히든챔피언으로 등극했다.

홍대 앞 명소로 자리 잡은 트릭아이미술관은 세계 최대 여행커뮤니티 트립어드바이저의 대한민국 뮤지엄 랭킹 1위에 올라있다.

유명 작가의 전시도 없고 건축물 외관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지만 홍대 앞 뒷골목 지하 2층 건물에서 착시형 3D 미술작품을 선보일 뿐이다. 그런데도 매일 1천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이 줄지어 찾는다.

홍대 상권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면서 침체되었던 주변 상권을 활력을 제공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에 따라 싱가포르와 홍콩에 지점을 개설해 문화수출 역군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미술관의 외국인 방문객은 개관 첫해인 2011년 1만6천 명, 2012년 16만 명, 2013년 32만 명, 2014년 51만 명으로 외국인 관람객 수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2016년 6월 현재 2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 올해 연말까지 외국인 누적관람객이 150만 명을 상회할 전망이다.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 국가별로는 중국이 5만3천 명으로 가장 많았고, 태국 5만1천 명,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한류 열풍이 거센 동남아지역의 방문자가 1만7천 명으로 지속적 증가 추세다.

특히 중화권 단체 관광객에 의존하는 일반 외국인 관광명소와는 달리 영어권 국가의 개인 및 가족여행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구미주와 러시아, 호주 등을 포함해 올해 들어 5개월간 4만 명의 FIT 여행객이 이 미술관을 찾았다.

이곳 관람객은 해외 여행객이 많다 보니 여느 미술관 박물관과는 달리 어깨에 배낭을 멘 채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3D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거나 사진촬영에 몰두하는 모습들을 연출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촬영사진이 실리고 입소문을 타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객에게 트릭아이미술관은 빠트릴 수 없는 필수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다.

트릭아이미술관은 한류미술관으로 입소문 나면서 홍대 거리로 외국인 관광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한다. 미술관 주변 의류점과 액세서리점, 식당, 카페 등에는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중국어와 태국어, 영어로 쓰인 간판과 안내원까지 등장했다.

미술관이 위치한 서교동 서교시장 상인회 이진동 대표는 “이 동네 식당과 옷가게 들은 전부 미술관 덕분에 먹고 산다”며 “예전엔 저녁장사만 했지만, 미술관이 들어선 뒤론 대낮부터 손님이 몰린다”고 말했다.

미술관 인근 매장인 A랜드와 롯데시네마, 식당가 등의 업체는 물론, 인력거 서비스업체인 헤이라이더, 홍대 지역 게스트하우스 등은 미술관 방문 외국인 관광객을 흡수하기 위해 다양한 할인 및 서비스쿠폰 제도를 마련하는 협업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이 같은 트릭아이미술관의 외국인 관람객 증가와 이로 인한 후광효과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뮤지엄과 유사하다. 박물관수입 증가, 지역경제효과, 창조도시효과로 이어지는 구겐하임미술관의 사례에서 나타난 ‘3단계 박물관 가치론’의 궤적과 정확히 일치한다.

우선 1단계로 트릭아이미술관의 직접적인 티켓매출이 월 3억 원을 넘어섰다. 2단계로 홍대 지역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식사, 숙박, 쇼핑 등 소비 수요가 크게 늘었다. 3단계로 지역 상권에 자극을 줘 신규 창업을 촉진시키고 있는데 미술관 주변 점포의 리노베이션을 통한 신규 입점이 활발하고, 지가와 임대료 상승 폭 또한 타 지역을 압도한다.

트릭아이미술관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홍대 상권에서 이틀 동안 먹고 자고 쇼핑하는 데 쓰는 돈을 1인당 10만 원씩만 잡아도 연간 500억 원 이상의 직접경제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뮤지엄이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외국인 방문객을 유치하며 지역경제를 살리는 창조도시 문화관광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듯이 트릭아이미술관 역시 한류 관광 스타로 홍대 거리의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마포구가 발표한 ‘2015 마포 관광통계 조사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58%가 마포를 찾았으며 이 중 61.8%가 홍대를 방문했다. 국적별 분포는 중국이 48.5%로 가장 많았다. 미주, 구주 21.3%, 동남아시아, 중동 19.3%, 일본 11% 순이다. 중국과 태국이 미술관의 해외 입장객 중 각 평균 40%, 38%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마포구의 이번 조사는 트릭아이미술관이 외국인 관광객을 홍대로 유입하고 이들 관광객은 홍대 상권에서 지출 하는 것과 일치한다.

트릭아이미술관의 높은 인기는 세계 최대 다국적 여행전문커뮤니티 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그대로 확인된다. 트립어드바이저는 3월 말 기준 서울 소재 180개 박물관 미술관 중에서 방문자 평가 점수 랭킹 1위로 트릭아이미술관을 선정했다. 2위는 국립중앙박물관, 3위 삼성리움미술관, 4위 국립민속박물관 등 쟁쟁한 국립-사립 미술관들이 그 뒤를 이었다.

국립박물관은 입장료가 무료인데 반해 트릭아이미술관은 입장료가 국내 박물관 중 최고가인 1만5천 원이나 되는데도 매주 1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이곳을 찾는다. 평일에는 1,000명, 주말에는 1,500여 명의 외국인이 마치 한류스타에 열광하듯 트릭아이 입체그림을 즐긴다.

아시아권에서 한류미술관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해외 진출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2014년 6월 싱가포르 유니버설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센토사리조트월드와 손잡고 해외 1호점 트릭아이뮤지엄을 개관했다. 오픈 첫날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다섯 시간 이상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한 싱가포르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2016년 현재까지 연평균 40만 명의 입장객을 기록했다. 센토사리조트월드 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세계 최대 씨아쿠아리움 등 월드클래스 어트랙션 업체와 관람객 유치를 경합하며 한류 미술관으로서 위상을 평가 받고 있다.

2014년 12월에는 연간 6백만 명이 찾는 홍콩 최대 관광명소 빅토리아피크에 항룽그룹과 손잡고 홍콩점을 개설해 관광산업 수출 면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미주, 인도, 중동 등으로부터 해외 분관 확장을 검토 중이다. 서울 홍대 앞에서 시작한 트릭아이 한류미술관 열풍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관광객을 사로잡은 트릭아이미술관의 매력은 과연 뭘까? 한마디로 마술 같은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이 미술관의 인기비결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금기가 없는 미술관이다. 대부분의 박물관이 딱딱한 분위기에 실내 곳곳에는 ‘만지지 마세요, ‘사진촬영 금지’라는 푯말이 걸려 있지만, 이곳의 그림은 얼마든지 만지고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동영상 촬영까지도 가능하다. 관람객은 작품 앞에서 뛰고 눕고 큰소리로 깔깔대며 즐길 수 있는 ‘please touch! 뮤지엄’이다.

둘째, 관람객이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되는 곳이다. 모든 작품이 자신을 그림 속에 집어넣거나 앞에 서야만 최고의 그림이 완성되도록 고안됐다. 지금까지의 미술관은 관람객이 수동적으로 작품만 구경하는 일방통행에 그쳤다면 양방향 소통방식을 택하고 있다. 관람객은 작품과 하나 되는 방법을 궁리하는 과정에서 온갖 자세를 취하는데 심지어 물구나무를 서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관람객이 감독 겸 배우가 된다. 말 그대로 작품과 관람객이 상호작용하는 ‘interactive! 뮤지엄’이다.

셋째, 3D의 생생함이 그대로 전달되는 곳이다. 트릭아이미술관 벽과 바닥에 설치된 모든 작품은 분명히 평면인데 3D 입체 작품으로 보인다. 유치원생이 엄마보다 큰 거인으로 변하는가 하면 가만히 서 있는데도 천장에 매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거대한 물고기 입속으로 자신의 몸이 빨려 들어가고, 그림 속의 피아노 앞에서 앉는 자세를 취하면 마치 유명 피아니스트와 같다. 원근법을 활용해 시각적 3D 효과를 극대화시킨 입체미술 작품이 만들어 낸 마술이다.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눈이 속아서 즐거운 ‘trick eye! 뮤지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