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오는 30일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2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무제한 토론에 나설 사람을 모두 정해놨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강행 의지를 밝힌 개정안의 8월 처리가 무산됐다.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는 토론 신청자가 없는 경우가 아니면 8월 임시회 회기가 끝나는 이달 31일 자정까지 진행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숙고하는 과정을 거치면 법안 처리는 물리적으로 9월로 넘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공개된 한 매체 인터뷰(8월27일)에서 “그날(30일) 처리가 어려우면 9월 초에라도 처리할 것”이라고 강행처리 의지를 분명히 했다.

언론중재법이 30일 본회의에 상정돼 필리버스터가 진행될 경우 정기국회 첫 본회의인 9월 1일에 첫 번째 안건이 되며, 표결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선 8월 국회 처리가 물 건너간 만큼 정국 파행과 여론의 역풍 등을 감안해 법안 상정 자체를 미루고 냉각기를 갖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입장 선회 여부가 주목된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언론중재법 개정 강행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초당적 협력을 바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숙의와 논의의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면서 “야당의 약속을 받고 9월이나, 안되면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안의 신속 처리를 요구하는 당내 강경파와 지지층 반발이 변수다.

상정을 연기할 경우, 9월 여야의 대선후보 선출 국면 본격화와 맞물려 입법 동력 자체가 상실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상존한다.

강경론을 주도해온 송 대표도 매체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의견은 제시할 수 있지만, 당이 (청와대에) 귀속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잘 처리하겠다”며 “당대표가 된 이래 지금까지 청와대나 대통령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언론중재법의 30일 상정 여부 등을 논의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전원위원회 소집”을 다시 언급하며 법안 처리 절차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언론재갈법이 내일 상정된다면 더 이상 논의할 길이 막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맞섰다.

결국 양당은 30일 본회의에 앞서 다시 만나 담판을 시도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이날 고위 당정청 협의, 30일 최고위 및 의원총회 등을 거친 뒤 법안 상정과 관련한 최종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