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나온 세계적 베스트셀러 ‘침묵의 봄’은 처음으로 살충제 DDT의 위험을 고발했다. 레이첼 카슨은 이 책에서 엄청난 양이 투입됐던 이 물질이 얼마나 위험하게 생태계에 확장되고 자리 잡는지 알렸다.

그러나 출간 직후 카슨에게 돌아온 것은 찬사가 아니었다. 히스테리를 부리는 멍청한 암염소 같은 여자로 폄하됐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집단 학살자로 불리기도 했다. DDT 사용이 중단된 이후 말라리아 희생자를 언급하며 환경 관리를 인간의 생명보다 중요하게 여긴다고 미국의 신문들은 비난했다.

이처럼 진실의 개척자들은 숙명처럼 검열과 탄압, 극렬한 저항에 부딪혀왔다.

독일 과학사학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가 쓴 ‘금지된 지식'(다산초당)은 지식을 억압하고 은폐하려 했던 역사 속 수많은 ‘부질없는’ 시도들과 지식이 힘을 얻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논쟁을 다룬다.

저자는 카슨이 운이 좋게도 존 F. 케네디 대통령 덕분에 호평을 받았다고 말한다. 케네디 대통령은 대통령 과학 자문 위원회에 DDT 문제를 연구하라고 주문했고, 위원들의 보고서는 ‘미스 카슨’이 대체로 옳고 살충제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할 시간이 왔음을 알려줬다. 산업계의 결집된 힘도 사회에 헌신적인 한 여성의 지식을 억제할 수 없었다고 강조한다.

책은 4세기 성에 대한 지식을 원죄와 결부시켜 이후로 천년 간 금기시되도록 만들었던 교부 아우구스티누스의 금지부터 빅 브러더로 불리는 오늘날 정보 통제와 지식 독점 사례까지 아우른다.

저자는 영원히 억누를 수 있는 지식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진리의 시금석이 됐던 사실들, 특히 18세기 계몽주의를 이끌었던 서구 지식사회를 중심으로 탐구욕의 본질과 이를 강화하는 금지, 혹은 비밀과의 관계에 집중한다.

다만, 지식의 궁극적인 승리에 무한한 지지를 보내는 저자도 지식은 통제받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괴테의 발라드에 등장하는 마법사의 제자처럼 우리는 어떠한 금지로부터도 지식을 훔쳐낼 수 있지만, 그들처럼 훔쳐낸 지식으로 벌어진 일을 통제할 수 없어 곤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