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석정희 시인이 그간 출간한 시집 가운데 작품을 선정하여 시선집 [아버지 집은 따뜻했네]를 해드림출판사에서 펴냈다.

모국어와 고국의 정서를 간직하려는 수단으로 시를 써 온 시인은 그동안 2008년 제1시집(한영시집) <문 앞에서 In Front of The Door>, 2010년 제2시집 <나 그리고 너>, 2011년 제3시집(영문시집) <강 The River>, 2014년 제4시집 <엄마 되어 엄마에게> 등을 출간한 바 있다.

이번 시선집 [아버지 집은 따뜻했네]는, 이들 2백 5십여 편 시들 중에서 좋은 옥수수만 골라 씨옥수수로 삼듯, 고르고 골라 묶은 것이다.

◇석정희 시세계의 서정·길·생명·신비·그분

석정희 시인이 보여주는 시집은 한마디로 시에서 길을 묻는 아름다운 서정이다. 그 길을 한 시인으로, 한 여인으로, 한 인간으로 진지하게 가는 삶의 길이다. 그것은 바로 너에게 가는 길이고, 절대적인 님에게 가는 길이고, 아름다운 한 송이 꽃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영롱한 새벽이슬처럼 맑고 고운 시적 상상력이 따뜻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아름다운 노래다.
-<나 그리고 너> 시평, 홍문표(문학박사, 평론가, 오산대학 학장)

석정희 시들은 극히 사색적인 내용이 일상적 서정성으로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고, 힘겨운 생의 고통이나 이민 생활에 대한 깊은 고뇌와 함께 미래의 꿈을 향해 다가가는 경건한 삶의 자세가 잘 나타나 있다. 더욱이나 단아한 여성적인 어법을 통해서 표현되고 있어서, 고통스럽고 힘든 현실적 삶의 세계가 극히 서정성으로 부드럽게 순화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언제 읽어도 싫증이 나지 않은 시, 그래서 늘 잔잔한 감동을 주는 시, 이러한 시가 결국 좋은 시라 할 수 있고, 이러한 시가 바로 생명이 긴 가치 있는 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다 건너에서도 피는 모국어의 꽃> 박영호(시인, 문학평론가)

무변광대한 하늘로 우리를 밀어 올리는 석정희 시인은 우리들 가슴에 수만 리의 신비로운 정서의 불을 지펴놓고 있다. ‘가을’이라는 시에서 보면 고추잠자리가 끝닿은 숲에서 고추잠자리가 아닌 바람이 옷 벗고 내려온다고 함으로써, 기막힌 변화의 감동이 의인화되어 나타난다. 숲은 어쩌면 하늘나라, 즉 영혼이 머무는 곳일 게다. 칠기 반상 앞에 다소곳이 앉아있을 시인은 이 세상과 영혼의 세계를 오르내리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나 보다. 고추잠자리가 날아간 하늘 속 끝닿은 곳에 숲이라니, 아마도 이것은 시인의 이상향 아니면 천국일 것이다. <가을> 시에서 고추잠자리를 매체로 하여 현실(1연)과 영적 세계(3연)를 이어주는 신앙적 알레고리로 볼 때 지극한 상징과 압축으로 신앙의 경지를 수놓은 솜씨가 대단하다.
-<KOREAN DREAM> 2004년 12월호, 최선호(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