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현지시간) 사상 첫 3연임에 성공하자 서방 언론은 일제히 “유례없는 일”이라는 평가와 함께 국내 정치는 물론 국제정세에 미칠 영향을 주시했다.

외신들은 대체로 시 주석이 ‘종신집권’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을 확보했지만, 경제성장 둔화 상황을 비롯한 여러 어려운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매체들은 시 주석 집권시기 미국과 중국 사이 긴장감이 고조되온 점에 비춰 향후 마찰이 확대·표면화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은 전례 없는 3연임으로 1949년 공산당이 집권한 이후 중국의 최장수 국가원수가 될 것”이라며 “이제 그는 세계적인 정치가로서 점점 더 통제불능으로 치닫는 미국과의 경쟁을 헤쳐 나가고자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시 주석은 권력 대부분을 당과 군부의 수장으로서 확보하고 있지만, 중국이 강대국으로서 누려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지위를 차지하고자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펼치기 위해 사실상 의례적인 자리인 국가주석직을 이용해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의 생각에 정통한 이들은 시 주석이 미·중 관계에 있어서 갈수록 비관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있고, 미국이 거론하는 두 초강대국 사이 잠재적 갈등이 그 예언대로 현실화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미국과의 강대강 대치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 충돌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미 CNN 방송은 “2018년 중국 입법부는 의례적인 투표로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폐지, 사실상 시진핑이 종신 집권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날 재선출은 중국 정치 엘리트들의 정당성과 단결을 보여주려 고도로 연출된 정치적 무대”라고 꼬집었다.

CNN은 “시 주석이 국내외 무수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3년간의 혹독한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으로 인한 경제 타격, 60년만의 첫 인구 감소 기록 등이 위기 요인이라고 짚었다.

또 “인권과 관련한 기록들, 군사력 증강, 코로나 대응, 러시아와의 파트너십 강화 등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로부터 외교적 역풍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6일 시 주석이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국가들이 우리에 대해 전면적인 봉쇄·포위·탄압을 시행해 우리 경제에 전례 없이 심각한 도전을 안겨줬다”고 공개 발언한 것을 상기하며 향후 대외관계에 대한 시 주석의 태도에 관심을 보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시 주석의 이례적인 대미 비난 발언을 거론하며 “미국과의 관계 또한 지난 수십년 이내 최하 수준인 데다 강대국들과의 관계도 인권과 무역, 기술 등 모든 영역에서 다툼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성장 둔화와 부동산 부문 문제, 출산율 감소 등 역풍에 직면한 상태에서 시 주석이 전례 없는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국 BBC 방송은 “시 주석은 몇세대 사이 중국의 가장 강력한 지도자가 됐으며, 권력을 공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BBC는 “시 주석은 제로 코로나 정책과 이로 인한 반정부 시위로 멍들기는 했지만,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통해 권력을 다잡았다”며 “2인자 역할(총리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리 창을 비롯해, 그의 충신들이 자리들을 모두 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