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1∼6월)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 청약 당첨자의 미계약 물량이 작년 상반기의 두 배로 늘었다.

27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작년 상반기 1천396가구에서 올해 상반기 2천788가구로 늘었다.

무순위 청약이란 일반분양 당첨자 계약 이후 계약 포기나 청약 당첨 부적격으로 주인을 찾지 못한 가구에 대해 청약을 받아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것을 말한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100% 추첨제로 당첨자를 뽑아 ‘줍줍’이라고도 불린다.

같은 기간 지역별 청약 당첨자 미계약 물량은 서울이 99가구에서 781가구로, 경기는 1천294가구에서 1천553가구로 늘었다.

‘청약 불패’로 여겨졌던 서울에서는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삼양사거리특별계획3구역 재개발)과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강북종합시장 재정비)가 여전히 미계약 물량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칸타빌수유팰리스의 경우 기존 분양가 대비 최대 15% 할인 분양에 나섰으나 내달 1일 다섯 번째 무순위 청약이 진행된다.

인천은 작년 3가구에서 올해 454가구로 늘어 무려 151배나 증가했다.

전국적으로는 4천368가구에서 6천804가구로, 지방은 2천972가구에서 4천16가구로 늘어 수도권보다는 무순위 청약 물량의 증가 폭이 작았다.

대부분 규제지역으로 묶인 수도권에서 아파트 청약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면 최대 10년간 재당첨이 제한된다.

집값 급등기였던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수도권 아파트 청약은 ‘로또’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공급은 적고, 수요는 많았으나 1년 새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이다.

올해부터 아파트 분양 잔금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는 등 대출 규제가 까다로워졌고, 이달부터는 총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자에게 DSR 40%(연간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으면 안 된다는 뜻)가 적용되면서 규제가 더욱 강화됐다.

여기에다 작년 말부터 꾸준하면서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아파트 청약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에서 분양한 ‘이안모란센트럴파크’의 경우 모집 세대 전체인 74가구가 최근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나와 이날 신청을 받는다.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서 모집 세대 전체가 미계약돼 무순위 청약으로 넘어가는 것은 2020년 7월 서울 강서구 공항동 ‘발쿠치네 하우스'(45가구) 이후 약 2년 만이다.

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단지인 데다 주변 시세보다도 비싼 것이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약시장의 열기가 식자 청약통장 가입자 증가 폭도 최근 급격히 줄고 있다.

전국의 청약통장 월별 가입자 증가 수는 지난 4월 4만8천530명에서 5월 2만4천636명으로 ‘반 토막’이 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고작 1천471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달 신규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올해 들어 월별 기준으로 가장 적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연구원은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청약 시장에서도 수요자들의 관망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면서 “수도권에서도 입지적인 매력이 떨어지고, 분양가도 저렴하지 않은 단지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양극화 경향이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