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증상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개발한 게임이 실제로 뇌 특정 부위에 부족했던 혈류를 늘리는 효과를 낸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4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발표·토론회에서 최근 1년간 진행한 성인 ADHD 디지털 치료제(DTX) 개발·임상 결과를 설명했다.

한 교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등 기관,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 눅스바이오, 콘텐츠 제작 기업 다윈테크와 함께 성인 ADHD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게임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 집중력 ▲ 충동 조절 ▲ 규칙적 일상 생활 ▲ 불안·기분조절 ▲ 치료 자발성 향상을 5가지 목표 증상으로 잡고 치료 기간 후에 이 증상들이 나아지는지, 뇌 혈류에는 변화가 있었는지 관찰했다.

연구팀은 먼저 실험 참가 의료진과 치료 대상자 30명에게 현재 대상자의 ADHD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평가하도록 한 뒤 ADHD에 관한 교육 영상 콘텐츠를 보여줬다.

이어 치료 대상자가 총 4주간, 하루 30분가량 치료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도록 했다.

이 소프트웨어에는 인지 행동 치료인 ‘일기 쓰기’와 ‘글자 따라 쓰기’에 이어 ‘기억력 훈련’, ‘시간(15초·30초) 맞추기’ 훈련 단계가 들어갔다.

마지막 게임 단계에서는 멀티태스킹(동시에 두 가지 일 하기)을 훈련하는 ‘달리기 게임’과, 강약 조절이 중요한 ‘비행기 게임’을 하도록 했다.

이런 소프트웨어가 ‘치료제’로 인정받으려면 실제로 뇌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는지 봐야 하므로, 참가자들에게 기기를 씌워 뇌 혈류 변화를 측정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한 교수는 “기억하기와 글씨 따라 쓰기 단계를 진행할 때 실제로 ADHD 사람들이 활성화가 많이 떨어졌다고 보는 좌측 배측 전두엽에 혈류량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고, 달리기 게임과 비행기 게임을 할 때는 우측 배측 전두엽의 혈류량이 늘어나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4주간 실험을 했을 때 참가자들의 주의력 측정에 유의미한 호전이 나타났을 뿐 아니라 불안, 공격성 점수도 호전됐다”며 “단순히 시간이 지나서가 아니라, 주의력 척도 변화와 다른 척도의 점수 변화가 서로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특히 이런 게임 등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ADHD 치료와 게임 중독 치료 사이에 간접적인 연관성을 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중앙대병원 게임 과몰입센터에 오는 아이들과 어른을 보면 대부분 ADHD 질환을 가지고 있다”며 “그런데 이번 실험 결과를 보면 게임이 ADHD를 치료하는, 게임과 ADHD 사이의 ‘뫼비우스의 띠’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 참가 의사들에게 이 치료제가 ADHD 환자 치료에서 약물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보는지 물었더니 30%는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40%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답해 긍정적인 답변이 70%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실험에 협업한 눅스바이오의 박주호 대표는 “긴 시간 노력과 자본을 투자해 디지털 치료제가 시장에 승인된다고 해도 시장에 내놨을 때 어떤 독점적인 지위나 보호를 할 수 있는 제도가 없고, 복제 제품이 나와도 대비할 방법이 없다”며 “혁신에 대한 보상 체계가 없다는 것이 개발사는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