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을 좀먹는 탈세와 재정비리 근절을 위해 수사·과세·금융당국이 뭉친 범정부 합동수사단이 30일 출범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국세청·관세청·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 등과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을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합수단은 서울북부지검에 설치됐다.

합수단은 재정 범죄가 지능화·대형화·국제화하는데 기관별 수사역량은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국가가 지방자치단체나 법인, 단체, 개인 사업을 지원하느라 교부하는 국고보조금은 2017년 59조1천억원에서 지난해 125조8천억원으로 5년 새 배가 됐다. 그 사이 부정수급액도 1천700억원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국고보조금 관련 범죄 단속·처벌 건수는 2017년 176건→2018년 66건→2019년 22건→2020년 23건→지난해 15건으로 해마다 줄었다.

매년 6∼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탈세 수사도 한계를 보여왔다. 조세 포탈 관련 기소 건수는 2017년 223건에서 지난해 55건으로, 관세포탈범 기소는 같은 기간 86건에서 27건으로 줄었다. 범죄 쟁점이 복잡한 경우가 많지만 기관 간 협업체계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합수단에는 수사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검사와 수사관, 국세청·관세청·금감원·예금보험공사 관계자 등 총 30여명이 참여한다. 합수단장은 검찰에서 역외 탈세와 범죄수익환수 업무를 전담해온 유진승(사법연수원 33기) 대검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장이 맡는다.

합수단은 유관기관 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해 조세·재정범죄와 자금세탁범죄를 ‘패스트트랙’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국세청·관세청·금감원·예금보험공사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이 범죄혐의를 포착해 분석하고, 자금 추적과 과세자료 통보, 부정 축재 재산 환수를 지원하면 검찰은 자료 분석과 강제수사, 기소, 공소유지 등 업무를 수행한다.

기관들 사이의 칸막이를 낮춰 범죄 발견부터 수사, 불법재산 환수까지의 속도도 높이기로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출범식에서 “공평하게 세금을 부과하고, 정직하게 세금 내는 사람들이 인정받고, 꼭 필요한 곳에 국고를 쓰는 것은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의 핵심”이라며 “세입·세출 범죄를 철저히 수사해 재정 비리를 뿌리 뽑고 나라의 곳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새 합수단이 문재인 정부 시절의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을 겨누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이달 13일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12곳을 대상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 표본 점검을 벌인 결과 위법·부당사례 2천267건(2천616억원 규모)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두고 “국민 혈세가 이권 카르텔의 비리에 사용됐다는 것이 참 개탄스럽다. 법에 위반되는 부분들은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통해 처리될 것”이라고 사실상 수사 지시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