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요 가전제품 제조업체 중 하나인 메이디(美的·Midea) 그룹의 창업자 허샹젠(80) 전 회장이 5천500억원 규모 과학 기금을 조성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속 기초 연구 강화를 강조한 가운데 이에 부응하는 대규모 과학 기금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허 전 회장은 지난 21일 광저우에서 열린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 과학포럼 2023’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딴 30억위안(약 5천570억원)의 과학 기금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기금은 중국의 인공지능(AI)과 기후변화 연구를 진작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 기금 조성은 더 많은 과학자가 자신들의 일에 전념하고 더 많은 젊은이가 중국의 기술 발전과 혁신에 참여하도록 끌어모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시보에 따르면 허샹젠 과학 기금은 기초 연구에서 획기적 성과를 낸 과학자들을 시상하고 그러한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같은 대규모 과학 기금의 조성은 미중 간 기술 경쟁이 격화하는 때에 기초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중국 민간 분야의 노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SCMP는 설명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월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단학습에서 “기초 연구 강화는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실현하기 위한 요구로, 세계적인 과학기술강국 건설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당시 미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해당 발언은 미국의 압박에 맞서 전략적 중요 기술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됐다.

시 주석은 “기초 연구 강화는 높은 수준의 인재에 의지해야 한다”며 “체계적이고 고차원적인 기초연구 인재 양성 플랫폼을 구축해 더 많은 인재가 쏟아져나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중국의 기초 연구비는 전체 연구·개발(R&D) 지출의 6.5%인 1천820억위안(약 34조원)이었다. 중국은 이를 2025년까지 8%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지난 22일 현재 허 전 회장의 개인 순자산은 237억달러(약 31조원)이다.

메이디는 전 세계적으로 16만6천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3천457억위안(약 64조원)의 매출과 296억위안(약 5조5천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