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소·돼지 같은 고비용 육류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는 미래 단백질 공급원 식용곤충을 고기 향과 풍부한 영양을 지닌 조미료 소재로 가공해 거부감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원광대 식품생명공학과 조인희 교수팀은 25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22년 미국 화학회 가을 학회(ACS Fall 2022)에서 식용 곤충인 갈색거저리 애벌레(mealworms : Tenebrio molitor Larvae)의 분말을 설탕과 함께 조리해 고기 향을 지닌 점액질 액상 조미료 소재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육류와 어류 등 동물 단백질 공급원 생산량이 인구 증가 속도를 따르지 못하고 사육 중 막대한 온실가스와 환경오염 물질이 배출되는 소ㆍ돼지 등 육류와 달리 식용 곤충은 친환경적이어서 앞으로 단백질 공급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 교수는 “곤충은 가축에서 얻을 수 있는 고기에 뒤지지 않을 만큼 양질의 단백질을 함유할 뿐 아니라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 무기질도 많이 있어 ‘슈퍼 푸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최근 동물 단백질 생산 비용 증가와 환경 문제 등으로 식용 곤충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곤충은 이미 많은 국가에서 식품으로 인정받았지만 널리 소비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혐오스러운 외관과 특유의 이상한 냄새 등이 식용 곤충을 식품으로 개발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갈색거저리의 알, 유충, 번데기, 성충에 어떤 냄새를 내는 휘발성 탄화수소가 포함돼 있는지 조사하고 애벌레를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할 때 나는 향과 향의 성분물질 등을 분석했다.

요리하지 않은 애벌레에게서는 젖은 흙냄새와 새우 냄새, 달콤한 옥수수 향 등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애벌레를 찌면 달콤한 옥수수 향이 매우 강해지고 굽거나 튀기면 새우 향과 튀김 기름 냄새가 강하게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애벌레를 굽거나 튀길 때는 육류나 해산물을 요리할 때 만들어지는 것과 비슷한 냄새 물질인 피라진과 알코올, 알데하이드 등 화합물이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어 애벌레 분말과 설탕의 비율을 다르게 조절하면서 조리하는 방법으로 요리할 때 만들어지는 다양한 맛과 향의 휘발성 화합물 98가지를 확인했으며, 이 가운데 ‘고기 향’처럼 소비자 선호도에 높은 10가지 반응 향(reaction flavors)을 선별했다.

조 교수는 “반응 향은 단백질과 설탕을 함께 가열할 때 일어나는 화학반응인 메일라드(Maillard) 반응, 캐러멜화 반응, 지방산 산화 등을 통해 만들어진다”며 그 결과 고기 향과 고소한 맛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연구는 식용곤충으로 고기 향이 나는 조미 소재를 개발한 것”이라며 “이 기술을 통해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소고기 육수 향’을 재현하면서 가격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이 있는 조미료 소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 결과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면 미미하게 남은 식용곤충 특유의 향을 줄이거나 없애는 연구가 필요하고 제품 형태도 분말이나 에센스 등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이 연구가 식품산업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국내 식용곤충 산업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