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가 유독 미국 증시와 디커플링(탈동조화) 양상을 보이면서, 이를 초래한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 안팎에선 한미증시의 디커플링 현상이 두드러진 원인으로 통화정책 정상화, 공급망 병목 현상,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는 다른 나라보다 높은 채권금리와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받으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최근 3년 만에 연 2%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의 상대적 매력도를 보여주는 일드갭(Yield Gap·주식의 기대수익률과 국채 5년 수익률의 차이)은 7.1%포인트로 떨어졌다. 이는 2010년 이후 장기 평균인 7.8%포인트를 하회하는 것이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국면에서 개인 투자자 자금이 막대한 규모로 유입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스피 일드갭 상승이 있었다”며 “채권 금리 상승에 따른 일드갭 하락은 개인 자금 유입 속도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스피 배당수익률도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채권 금리를 하회하고 있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배당수익률은 1.9%로 3년 만기 채권 수익률보다 낮다.

노 연구원은 “국내 채권 금리 상승이 주식시장 상대 매력을 떨어뜨렸고, 개인 자금 유입 둔화와 주가 상승세 둔화로 이어지는 ‘이중고’를 야기했다”며 “이는 외국인 자금 유출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변동성이 과거보다 커진 원인”이라고 봤다.

이어 “연말 쇼핑 시즌, 석유수출국기구(OPEC) 원유 증산 정책 고수, 에너지 수급 불균형 지속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연말까지 지속시킨다”며 “연말까지는 변동성을 감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 차별화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물가 상승 압력이 꼽힌다.

지난 9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7.5%로, 2011년 4월 역대 최고치(8.1%)를 기록한 이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높다. 10월 소비자물가는 3.2% 올라 2012년 1월(3.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김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999년 이후 국내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진 다섯 차례 국면에서 2004년을 제외하고 생산자물가 상승률 고점과 코스피 고점이 거의 일치했다”며 “물가 압력이 국내 증시에 부담을 미쳐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생산자물가 상승은 주로 유가 상승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와 동행하는데,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은 국내 무역수지 적자 폭 확대 혹은 흑자 폭 축소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물가 위험이 낮아지거나 중국 불확실성 해소 시그널이 가시화하면 한미 증시 차별화 현상도 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인프라법 통과에 힘입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0.2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0.09%), 나스닥 지수(0.07%)가 일제히 상승하며 2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 기록을 썼다. 특히 S&P500 지수는 처음으로 4,700선을 넘었다.

반면 코스피는 외국인 매도 여파로 3,000 아래에서 등락을 반복 중이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보유 비중은 2016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