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확산 속에 미국 제약사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제조 기술을 나누라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세계 각국 정상들을 소집해 화상 코로나19 정상회의를 열고 미국이 “백신의 무기고”가 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백신이 절박한 나라들의 제약사와 백신 제조공법을 공유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압력이 집중되는 회사는 신예 바이오테크 기업인 모더나다. 모더나는 세금 수십억 달러를 지원받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전 세계의 보건 당국은 많은 가난한 나라들에서 백신을 다 맞은 사람이 10%에 채 못 미치고 백신 부족으로 수백만 명이 숨지는 상황에서 모더나와 화이자에 전 세계적 백신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익명의 미 고위 관리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비공개적으로 화이자와 모더나에 합작회사를 설립하라고 압박했다. 이 합작회사를 통해 계약업체들에 백신 기술 면허를 주고 이렇게 생산된 백신을 저·중위 소득 국가들에 공급하자는 것이다.

이 관리는 이 협상의 결과가 미국이 화이자 백신 5억 회분을 이윤 없는 가격에 구매해 해외에 공급하겠다는 합의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기술 이전 대신 내려진 결정이다.

그러나 모더나와의 협상에선 아직 소득이 없었다.

개발도상국의 주요 의약품·백신 제조업체들은 연합해 화이자·모더나를 더 거세게 압박, 백신 제조공법과 제조공정을 나누도록 하자는 탄원서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려고 작성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모더나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WHO의 마틴 프리드 박사는 모더나와 논의를 하려는 지금까지의 모든 시도가 전부 무응답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전 세계의 보건 활동가들은 모더나가 백신 기술을 나눠야 할 특별한 의무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모더나 백신이 미 국립보건원(NIH)이 개발한 기술을 부분적으로 이용한 데다 모더나는 미 행정부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인 ‘초고속 작전’을 통해 연방정부로부터 25억 달러(약 2조9천500억 원)를 지원받았기 때문이란 것이다.

백신 생산을 끌어올리려면 단순히 제조공법 공개를 넘어 총체적인 제조 노하우의 전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비영리단체인 ‘국경 없는 의사회’ 관계자는 모더나가 백신 공법을 공유하는 것이 주요한 첫 단계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모더나의 백신에 쓰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이 신기술인데다 mRNA 백신의 대규모 생산에 대한 과학적 저작물이 많지 않아 새로운 제조시설을 건립하는 데에도 모더나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자발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바이든 행정부가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이 회사들이 지식재산권을 공유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법은 미 대통령이 비상상황 시 미국 기업을 통제할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하도록 한다.

그러나 화이자와 모더나는 mRNA 제조 공정이 매우 복잡한 데다 이에 대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어 다른 나라에 새로운 제조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백신 불평등을 해소할 가장 빠른 방법은 기부된 백신을 배포하는 것이며, 내년 중반이면 두 회사의 합산 생산량이 글로벌 수요를 맞출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조지타운대학의 로런스 고스틴은 “모더나는 초고속 작전을 통해 상당한 액수의 연방정부 기금을 받았고, 화이자와 모더나는 모두 10년 넘게 mRNA 기술의 기초연구에 돈을 쓴 NIH로부터 혜택을 봤다”며 “두 회사는 세계를 위해 기술을 공유할 사회적·윤리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