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도발(發) 변이 코로나바이러스인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며 백신 접종률이 낮은 일부 주에서 확진자수가 다시 증가, ‘가을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성인 백신 접종률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미주리를 비롯해 아칸소, 네바다, 유타주 등에서 감염력이 한층 강한 델타변이 확진자수가 급격한 증가세다.

전문가들은 일단 올 가을 미국 전역에서 델타 변이가 전반적으로 재확산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특히 백신 접종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부 지역에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윌리엄 해니지 하버드대 역학과 교수는 “확진자는 분명히 증가할 것”이라며 “문제는 규모와 파괴력이다. 백신 접종이 낮은 지역이 상대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백신 접종을 계속 거부한다면 심각한 위험이 도래할 수 있다. 확산이 토착화할 수 있다”며 델타 변이의 심각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WP는 특히 미국의 18세에서 29세 사이의 청년층의 백신 접종률이 38.3%에 불과하고, 저소득층과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백신 접종에 거부반응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반적으로는 공화당 우세주들에서 백신 접종이 낮고, 북동부와 서부 해안의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접종률이 높았다.

현재 미국의 일평균 코로나19 확진자수는 1만350명, 사망자는 273명으로 하루 평균 확진자 25만명, 사망자 3천300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지난 1월과 비교하면 확산세는 확실히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바이러스 취약층인 65세 이상 백신 접종률도 80%에 달해 재확산 국면이 도래하더라도 최악의 위기로까지 빠져들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인도와 영국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델타변이의 확산 속도가 미국에서도 심상치 않다는 데 있다. 한층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가 대유행 국면에 들어갈 경우 예기치 못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파우치 소장은 5월초 전체 감염의 1.2%에 불과하던 델타변이 비중이 현재는 20.6%에 달한다며 몇 주 내 델타변이가 지배적 바이러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틱 강가바라푸 샌디에이고대 연구원은 “7월까지 델타변이가 전체 코로나19 발병의 50%를 차지할 것”이라며 “델타변이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영국 등 사례를 토대로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두 차례 모두 접종하면 변이 바이러스 예방률이 88%에 달하는 만큼, 백신 접종을 확실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은 “백신이 거의 100% 중증 발병과 죽음을 막을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은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전적으로 예방가능했다는 점에서 한층 비극적”이라며 백신 접종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