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진탕으로 더 많이 알려진 ‘외상성 뇌손상'(TBI: traumatic brain injury)은 머리에 충격이 가해져 뇌 기능의 일시적 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물리적 충격으로 ‘뇌가 놀란 상태’가 TBI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뇌 손상은 TBI에 해당한다.

과거엔 주로 의식 상실이 동반하는 걸 TBI로 봤으나 최근엔 의식이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

교통사고, 산업재해, 스포츠 부상 등이 늘어나는 현대사회에선 TBI도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심하게 TBI를 당하면 다행히 목숨을 건져도 심각한 장애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는 평생 신체ㆍ인지ㆍ감정적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심한 뇌진탕이 발생할 경우 여러 뇌 영역과 뉴런(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교환 체계가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상세히 알지 못했다.

마침내 미국 연구진이 이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뇌의 한 부분이 심하게 손상되면 이를 수리하기 위해 전체 뇌의 뉴런 연결망에 달라진다는 게 요지다.

이 발견은 손상된 뇌의 복구와 간질 치료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 어바인)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5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연구팀은 용매(溶媒)로 생물학 샘플을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일명 ‘iDISCO’)을 개량해 이번 실험에 사용했다.

이 기술로 처리한 뇌에 레이저를 쬐면 특수 현미경으로 입체 영상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뇌 전체의 신경 연결망이 어떻게 돼 있는지 알아냈다.

초점은 억제성 뉴런(inhibitory neurons)의 접속에 맞춰졌다. 억제성 뉴런은 뇌 손상으로 인한 소멸에 극도로 취약하다.

연구팀은 먼저 학습과 기억 중추인 해마(hippocampus)를 살펴본 뒤 해마의 공조 영역인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을 관찰했다.

두 영역의 억제성 뉴런은 TBI가 생긴 뒤에도 인접한 뉴런과 더 많은 접속을 형성했다.

하지만 다른 영역의 뉴런과는 접속이 끊겨 있었다.

연결이 훼손된 부분을 더 확대해 보니, 멀리 떨어진 뉴런의 돌기는 여전히 손상 영역을 향해 뻗어 있었다.

그런데 억제성 뉴런과 더는 접속하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한 연구원은 “마치 일부 영역의 손상을 받아들인 뇌가 조심스럽게 전체 연결망을 다시 깔고 있는 것 같다”라면서 “직접적 손상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영역이 그랬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손상 영역의 억제성 뉴런을 멀리 떨어진 영역의 뉴런과 다시 연결하는 방법도 찾아냈다.

동물 모델의 손상된 해마에 ‘중간 뉴런'(interneuron)을 이식하면 뇌의 어느 영역에서 오는 것이든 다른 뉴런의 접속을 받아들였다.

이는 손상된 뇌가 끊긴 신경세포 연결을 스스로 복원하게 유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간 뉴런은 중추신경계의 운동 뉴런과 감각 뉴런 사이에서 신호를 중계한다.

물론 이 방법이 언젠가는 TBI나 간질 등의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식한 중간 뉴런이 손상된 신경망에 통합되는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게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UC 어바인 ‘간질 연구 센터’ 소장으로서 이번 연구를 주도한 로버트 헌트 부교수는 “중간 뉴런 이식이 선천적인 재생 능력을 증강하는 물질의 분비를 자극해 뇌를 회춘시킬 거라고 주장도 있다”라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새로운 뉴런이 뇌에 연결되는 건 매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