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생활하는 1인 가구는 여럿으로 구성된 다인 가구에 비해 삶의 질이 낮을 공산이 크고, 그 중에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삶의 질이 더 나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 연구팀은 2016∼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국내 19세 이상 성인 1만7천478명(남성 7천616명·여성 9천862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대한가정의학회지'(KJFP)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전체 연구 대상자 중 2천162명은 1인 가구, 1만5천316명은 다인 가구였다.

1인 가구의 성별은 남성 848명(49.6%), 여성 1천314명(50.4%)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1인 가구 중 65세 이상이 1천37명(48.0%)으로 절반 정도를 차지했고, 가구 소득(4분위로 분류)으로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1분위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은 이들의 삶의 질을 운동능력, 자기관리, 일상 활동, 통증·불편, 불안·우울 등 5가지 항목에 대한 지장 여부를 파악하는 ‘EQ-5D’ 척도로 평가했다.

그 결과 1인 가구는 모든 항목에서 다인 가구에 비해 운동능력, 자기관리, 일상 활동, 통증·불편 등 삶의 질의 신체적인 부분과 불안·우울과 같은 정신적인 측면 모두에 지장이 있을 확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1인 가구 성별에 따라 삶의 질 저하와 가장 크게 연관된 항목이 달랐다.

5가지 항목 중 1인 가구 남성은 자신을 돌보는 등의 ‘자기관리’에서, 여성은 일과 여가 등 ‘일상 활동’에서 다인 가구에 비해 삶의 질이 낮을 위험이 컸다.

특히 같은 1인 가구라도 남성은 5가지 항목 모두 여성보다 더 크게 지장이 있다고 호소해 위험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인 가구 남성이 1인 가구 여성보다 독거로 인한 삶의 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전통적으로 여성이 가사노동의 주체로 인식되는 우리나라에서 남성은 가사 노동에 미숙해 식사를 제때 챙기지 못하거나, 외식의 빈도가 높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기 쉬워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 것으로 설명해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단면적이어서 1인 가구와 삶의 질 사이 인과 관계를 밝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1인 가구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시대에 주거나 고용 복지 외에 건강 관련한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지원 체계도 수립할 필요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선우 교수는 “연구를 통해 이러한 현상이 밝혀졌으므로 앞으로 진료 현장에서 1인 가구의 만성질환 등을 치료할 때 자기관리나 일상생활의 어려움 등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