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로 백두대간 및 국립공원 아고산대(고산대와 저산대의 사이로 침엽수가 많은 지대) 식물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환경단체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가 백두대간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해온 녹색연합은 백두대간 생태축의 아고산대의 침엽수들의 고사가 올해 여름 그 어느 때보다 광범위하고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관찰했다고 13일 밝혔다.

소나무와 같이 잎이 뾰족한 나무를 총칭하는 침엽수는 건조와 추위에 강한 반면 더위에 약하다.

지구온난화로 이미 2013년 한라산 아고산대 구상나무가, 2016년에는 지리산 구상나무 및 설악산 분비나무가 고사하는 것이 관찰됐다.

2020년에는 지리산, 덕유산, 계방산 등에서 가문비가 집단 고사했고, 올해는 광범위한 기후 스트레스로 총 7종의 침엽수가 넓은 영역에 걸쳐 고사하는 양상이 관찰되고 있다.

특히 지리산 구상나무는 2020년 봄부터 한라산 구상나무를 능가할 정도로 집단 고사가 가속화하고 있다.

지리산 정상봉인 천왕봉과 인접 중봉 일대는 최고 90%까지 고사가 진행됐고,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 주변도 분비나무의 고사 현상이 두드러진다.’

덕유산 구상나무의 고사는 향적봉 정상 주변 곳곳에서 나타난다.

특히 과거 무주리조트 스키장을 개발하기 위해 훼손된 정상 일대에서 구상나무의 고사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녹색연합은 설명했다.

백두대간의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등에서도 분비나무 및 주목, 잣나무 등이 점차 말라죽을 위기에 처했다.

소백산 비로봉에는 주목의 천연기념물 군락지가 있는데, 주목의 잎 다발 중 갈색으로 변하면서 누렇게 떠 있는 것을 곳곳에서 확인했다고 녹색연합은 밝혔다.

태백산에서는 가지와 잎이 멀쩡하고 녹색의 푸른 잎을 유지하는 건강한 분비나무가 거의 없다. 잎의 변색은 침엽수 고사의 마지막 단계로 가는 신호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기후 위기 때문에 식물, 특히 침엽수가 빠른 속도로 죽어가고 있다”며 “고사목은 과거에 죽은 것과 최근 죽은 것을 구분할 수 있는데, 고사가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 전문위원은 “정부는 백두대간 생태 축에서 나타나는 아고산대 생태계 변화를 기후 위기의 적신호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실태를 파악하고 전수 모니터링을 한 후 빅테이터로 구축해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