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을 월 40만원으로 10만원 올리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이행 여부가 관심인 가운데 기초연금을 40만원 주면 국민연금 가입자 3명 중 1명은 “가입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조사 결과가 뒤늦게 공개돼 주목된다.

기초연금 인상은 자칫 국민연금 가입 동기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15일 국민연금연구원의 ‘기초연금 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유인의 관계’란 연구보고서(최옥금 연구위원)를 보면, 2020년 4월 1~16일 국민연금 가입자 1천명을 대상으로 기초연금 수준에 따른 국민연금 가입 의향을 설문 조사한 결과 기초연금액이 오를수록 국민연금 가입 거부 의향도 더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이 40만원까지 인상될 경우 국민연금 장기가입 의향을 물어보니, 전체 응답자의 33.4%가 국민연금 가입을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이 50만원까지 오르면 전체 응답자의 46.3%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는 내지 않고 가입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또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중에서 앞으로 강화해야 할 제도로는 응답자의 63.5%가 국민연금을 꼽긴 했지만, 응답자 특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40대 이상, 임의가입자, 기준소득월액이 높은 집단에서는 국민연금을 강화해야 한다고 비중이 높았지만, 20~30대와 납부예외자, 기준소득월액이 낮은 집단일수록 기초연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컸다.

현행 기초연금 제도에는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불리한 조항이 있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면 기초연금을 깎아서 주는 이른바 ‘기초연금-국민연금 가입 기간 연계 감액 장치’가 그것이다.

이런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감액 제도를 알고 있는지 질문한 결과, 65.0%가 모른다고 했고, ‘알고 있다’는 응답은 34.4%에 그쳤다. 무응답은 0.4%였다.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감액 제도에 대해 ‘합리적’이라는 의견은 38.1%에 머물렀다. 49.0%가 ‘비합리적’이라고 여겼으며, ‘모름/무응답’은 12.9%였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세금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노후소득보장제도의 하나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완화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보험료, 즉 기여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는데도 자격요건만 충족하면 받을 수 있기에 소득이 적은 노인의 만족도가 높다.

기초연금은 월 10만원이던 기초노령연금을 확대 개편해 2014년 7월 도입할 당시에는 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2018년 9월부터 월 25만원으로 오르는 등 금액이 단계적으로 계속 불어나 2021년부터는 월 최대 30만원을 주고 있다.

기초연금액과 평균 국민연금액을 비교한 질문도 있었다.

국민연금에 10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수급자가 받는 평균 국민연금액이 월 52만원 정도라는 정보를 제공하고서 기초연금 최고액 30만원 수준이 적당한지 여부를 물어보니 49.3%는 ‘적당하다’고 했고, 26.8%는 ‘너무 적다’, 14.4%는 ‘너무 많다’고 각각 답했다.

보고서를 쓴 최옥금 연구위원은 “조사 결과를 살펴볼 때, 기초연금액이 올라가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국민연금 장기가입 유인을 저하할 수 있는 요인이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기초연금 인상을 논의할 때 국민연금 제도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