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속한 금융그룹에 투자해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 외 국내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의 투자 규모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벤처투자·코스닥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하면서 코스닥·성장주가 타격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나 보험 등 기관투자자가 SVB에 직접 투자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외에 투자하는 기관을 중심으로 일차적으로 파악해봤을 때 직접적인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직접 익스포저 상세 내역을 추가로 파악 중이고, 간접 펀드로 얼마나 들어가 있는 지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 일부가 SVB에 투자하고 있으나, 투자 비중은 낮은 수준이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SVB에 투자하는 펀드 7종이 있으나 대부분 펀드 내 투자 비중이 0.01∼0.02%이다.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SVB를 비롯해 미국 은행주 비중이 큰 펀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S&P500 지수에서 SVB가 차지하는 비중은 0.019% 수준으로 극히 낮아 이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이번 사태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8일 기준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 역시 5억원 미만(10일 종가 기준)의 금액을 보유해 투자 규모가 적은 편이다.

다만 일부 개인 투자자가 9∼10일 SVB 급락에 따른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에 뛰어들어 최종 투자 규모는 다소 늘어날 수 있다.

SVB금융그룹은 지난 10일 키움증권에서 미국 주식 순매수 상위 4위에 올랐고, 주간으로도 7위를 기록했다. 일부 증권사에서도 9∼10일 개인투자자 순매수액이 1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국민연금과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는 SVB금융그룹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SVB 파이낸셜 그룹의 지분을 10만795주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지분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2천319만6천961달러(한화 약 300억원) 규모다.

한국투자공사는 작년 말 주식 2만87주(작년 말 기준 462만2천달러·한화 약 60억2천만원)를 보유했다.

업계에서는 SVB 파산으로 인한 국내 투자자의 직접 피해는 적더라도 코스닥·벤처기업 투자심리 악화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코스닥벤처 펀드의 한 달 수익률은 0.66%였고, IT 섹터 펀드의 수익률은 -2.07%였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파산으로 인해 벤처캐피탈이나 스타트업의 자금이 막히면 분명히 우리나라 등 다른 국가들에서도 벤처캐피탈이나 스타트업, 바이오 기업 쪽의 자금 조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시장이 흔들리면 코스닥지수의 변동성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