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고유 자동차 모델인 포니의 스포츠카 포니 쿠페가 48년 만에 세상에 나온다.

현대차는 24일 오전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에서 포니를 디자인했던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를 초청해 디자인 토크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현대차그룹 최고창조책임자(CCO)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부사장도 함께 했다.

현대차는 이 자리에서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지만, 양산에는 이르지 못한 포니 쿠페 콘셉트를 원형 그대로 복원한다고 밝혔다. 포니 쿠페 콘셉트는 내년 봄 공개될 예정이다.

주지아로는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 GFG 스타일의 설립자 겸 대표로, 포니를 시작으로 포니 엑셀, 프레스토, 스텔라, 쏘나타 1·2세대 등 현대차 초기 모델들을 디자인했다. 20세기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로 불리는 그는 2002년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기도 했다.

포니 쿠페 콘셉트는 양산에 이르지 못하고 디자인은 유실됐지만, 현재까지 현대차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쐐기 모양 노즈와 원형 헤드램프, 종이접기를 연상케 하는 기하학적 선을 특징으로 하는 이 차량은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등장하는 ‘드로리안 DMC 12’의 참고모델이 되기도 했다.

올해 7월 처음 공개된 현대차의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움직이는 연구소) N 비전 74도 포니 쿠페 디자인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주지아로는 이날 토크쇼에서 첫 독자 생산 모델이었던 포니의 탄생 비화를 소개하고, 현대차의 빠른 성장에 대해 놀라움을 표했다.

주지아로는 “1973년 정주영 창업주가 직접 이탈리아 토리노에 와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디자인을 의뢰했다’며 “하지만 한국은 자동차산업이 아직 시작된 곳이 아니라서 사실 (제안을 받고)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정 창업주의 초청으로 이후 울산을 방문하게 됐는데 당시 현대(그룹)는 아주 큰 배를 건조하고 있었다”며 “그 광경을 보고 현대(차)가 강한 의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주지아로는 의뢰 후 8개월 만에 ‘초스피드’로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었다며 “당시 현대차는 기적과 같은 일을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포니는 현대차를 비롯해 한국에 필요한 차였고, 정 창업주는 정말로 천재였다”며 “정말 훌륭한 분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주지아로는 이번 방한을 계기로 50년 만에 현대차 울산1공장을 방문했다며 큰 변화에 혀를 내둘렀다고 전했다. 당시 포니가 만들어졌던 울산1공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를 이끌 첫 전기차 아이오닉5가 생산 중이다.

그는 “50년의 세월에서 기술의 차이가 드러났다”며 “울산공장에서 과거 인간이 하던 일들이 자동화로 이뤄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1973년 제가 포니를 만들며 힘들었던 생각이 다시 났다”며 “당시는 서플라이어(부품 공급자) 수가 정말 적었고, 모두 외국에서 가져와야 했다”고 했다.

주지아로는 전기차 등 새로운 자동차가 진보하는 기술 아이디어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아이오닉5를 보고 경의를 표할 정도로 훌륭한 작업을 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동차 라이프와 디테일을 보면 (현대차는) 매직을 부린다고 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동차 디자이너는 기술 지식이 있어야 하지만 과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현대차의 브랜드 유산을 기념하는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프로젝트에 힘을 보태 영광이다”고 힘줘 말했다.

함께 대담을 나눈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이상엽 부사장도 포니 쿠페라는 현대차의 유산 복원에 의미를 부여했다.

동커볼케 부사장은 “포니 쿠페의 복원은 진정성이 있다”며 “이 복원 계획이 향후 현대차 50년의 출발점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계승하는 디자인을 하려면 엔지니어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며 “현대차는 앞으로 아이오닉5를 정점으로 계승하는 디자인을 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