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를 낸 운전자가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알리지 않고 현장에서 사라졌다고 해도 사고가 경미하다면 도주치상죄로 가중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도주치상 혐의 부분을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1월 술에 취해 무면허 운전을 하다 마주 오는 차량과 부딪치는 사고를 낸 뒤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주지 않은 채 도망간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은 A씨의 음주·무면허 운전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가 이미 음주운전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징역형 집행유예 기간인 점 등이 양형에 반영됐다.

다만 재판부는 도주치상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특가법상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운전자가 필요한 구호 조치나 인적 사항 제공 없이 도주한 경우 가중 처벌한다.

재판부는 당시 A씨의 차량이 피해자 차량을 스치듯 부딪쳐 피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구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도주치상이 아닌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2심은 당시 구호 조치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해도 A씨가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주치상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조치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을 때는 운전자가 인적 사항을 주지 않고 사고 현장을 떠났다고 해도 가중처벌 대상은 아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