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시장은 2~5월이 절정인데 올해는 작년보다 매출이 50% 이상 줄었어요. 물가와 금리가 올라 가계 부담이 늘다 보니 의식주와 관련 없는 꽃 소비를 줄일 수밖에요. 이미 난방비와 전기료, 농자재비는 오를 대로 올랐구요.”

15년째 화훼업에 종사하고 있는 조성민 용인시화훼협회장의 하소연이다.

전국 최대 규모인 경기도 내 화훼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 기호상품의 수요가 줄고 난방비와 전기료 인상으로 생산비는 올라 수지 타산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 들어 윤달 때문에 3~4월 결혼식과 기념행사가 줄고, 5월 가정의 달 성수기에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이른바 ‘보복여행’ 여파로 팬데믹 때 일었던 반려식물 특수를 이어가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31일 경기도와 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올해 1~3월 절화(자른 꽃)와 관엽식물의 국내 거래량과 경매 금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으나 4~5월 거래량과 경매 금액은 감소했다.

특히 4월 거래량과 경매 금액은 절화가 각각 19%와 23%, 관엽식물이 각각 22% 급감했다.

최성수기인 5월 들어서도 봄나들이 여행이 급증한 탓에 작년 판매량 수준의 90%대 수준만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농수산생명과학국 관계자는 “코로나 때에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식물로 공간을 꾸미는 ‘플랜테리어’나 반려식물 특수가 있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가 3월 22일부터 4월 19일까지 윤달로 결혼식이 줄어 화훼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화훼 주산지인 경기도의 위상도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

2021년 기준 경기도의 화훼 재배면적(832.5㏊)은 전남(833.4㏊) 이어 두 번째로 많지만, 농가 수(2천153호·30.3%)와 판매량(2억5천353본·34.5%), 판매액(2천334억원·43.4%)은 압도적으로 전국 최대 규모이다.

하지만 2012년과 비교해 도내 농가 수는 932호(39.6%), 재배면적은 406.5㏊(32.8%), 판매량은 2억4천135만본(48.8%)이나 각각 줄었다.

화훼 농가 및 재배 면적 감소는 신도시와 산업단지 등 각종 개발이 경기도를 중심으로 이뤄진 영향도 크다.

조성민 용인시화훼협회장은 “꽃 소비가 줄다 보니 가격경쟁이 심화하고 소농들은 시장에서 밀려나 대농들만 적자생존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대출 금리 인상으로 부채 증가와 영농 자금 부담마저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화훼농가의 어려움을 다소나마 덜어주기 위해 지난달부터 도내 전체 노인복지관 64곳에 주 1~2회 꽃을 공급하고 있다.

화훼 농가 소득 증대와 소비 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2018년부터 도청, 직속기관, 소방서 등에 꽃을 공급해 왔는데 올해부터 어르신들의 정서적 안정과 생활 속 반려식물문화 조성을 위해 사업 대상을 노인복지관으로 변경했다.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도 최근 화훼 농민들과의 간담회를 열어 화훼농가 농자재 구입비 지원 연장, 반려식물 문화 확산, 기업과 관광서 내 반려정원 만들기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