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에 국고지원을 하는 규정이 종료를 앞두고 있다. 국회에서 지원을 연장 혹은 항구화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만약 예정대로 지원이 끝이 나면 건강보험료 인상과 보장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5일 국회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6일 제2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의 건보료 국고지원 관련 법률 개정안에 대해 논의한다.

건강보험법(108조)과 건강증진법(부칙 2항)은 정부가 ‘예산의 범위에서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에서 14%,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각각 충당해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규정은 2007년 도입돼 일몰제(日沒制·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지게 하는 제도)로 운영돼 왔는데, 그동안 2011년, 2016년, 2017년 3차례 연장돼 현재 일몰 시점은 이달 31일이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 보장과 건강보험을 관장할 의무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같은 뜻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사회보험 방식의 건강보험 제도를 택한 일본과 대만, 프랑스는 2020년 기준 건강보험 재정의 23.1%, 21.7%, 63.1%를 국고에서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에 상당하는 금액’이라고 법에 명시돼있지만, 재정 중 국고 지원 비중이 실제로 20%가 된 경우는 한번도 없다. 법률의 ‘예산의 범위에서’, ‘상당하는’이라는 표현 때문이다. 올해 정부 지원금은 10조5천억원인데,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4% 수준이다.

국고 지원을 연장하자는데에는 여야가 대체로 한뜻을 갖고 있지만 관련 규정의 개정 내용을 놓고는 세부적으로 의견차가 있다.

국회에는 9개의 관련 법안이 상정돼 있는데, 일몰제를 아예 폐지해 항구적인 규정으로 할지, 일몰제를 연장할지, 연장한다면 몇년으로 할지 등에 대해 내용이 다르다. 또 ‘예산 범위 내에서’ 등의 표현을 삭제할지 여부에 대해 이견이 있다.

국회가 일몰제의 시한을 코앞에 두고 이제야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게 됐으나 만약 관련 법률이 개정되지 못한다면 건강보험료 인상과 건강보험의 보장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4%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의 건강보험료를 더 걷을 수밖에 없다.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은 7.09%인데, 건보공단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금 수준의 보장을 받으려면 보험료를 17.6% 인상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단은 현재 18조원 규모의 누적적립금(지급준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고 지원 없이는 이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내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미 코로나19 시기 보험료 경감, 검사·치료비 지원 등으로 지출이 늘었고, 지난 9월 단행한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 등으로 보험료 수입은 감소가 예상돼 안 그래도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보장성을 낮추는 방법도 있겠지만, 보장성 강화가 국정과제의 하나인 만큼 정부에 타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국정과제 중 66번 과제로 필수의료 기반 강화 및 의료비 부담 완화를 제시한 바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9월 인사청문회에서 “국고지원 일몰 기한이 도래하고 있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