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자 중에는 이 바이러스에 이미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감염된 적이 있는 사람이 백신을 맞으면 항체 반응이 더 강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 감염으로 생성되는 항체의 중화 능력이 백신을 맞았을 때 생기는 것보다 더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백신을 맞든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든 시간이 지나면 항체의 수는 감소했다.

하지만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에서 감염된 사람만 항체의 중화 능력이 갈수록 강해져 재감염을 더 잘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병원인 셰바 메디컬 센터(Sheba Medical Center)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0일(현지 시각)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에 개요만 미리 공개됐다.

연구를 수행한 카밋 코헨 박사팀은 오는 4월 23∼26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 ‘유럽 임상 미생물학ㆍ감염병 총회'(ECCMID 2022)에서 전체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텔아비브의 라마트 간(Ramat Gan) 지역에 위치한 이 병원은 우수한 의료기관으로 널리 알려졌다. 뉴스위크가 2020년 선정한 ‘세계의 좋은 병원’에서 9위에 오르기도 했다.’

연구팀은 백신을 맞지 않고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130명으로 실험군을 구성해 각자의 체액(백신 유도) 면역 반응을 길게는 1년까지 추적해 대조군과 비교했다.

과학자들은 이들의 항 스파이크 단백질 면역 글로불린 G(IgG) 및 중화 항체 수치를 측정했고, 감염 직후의 급성기 증상과 6주 이상의 장기 증상 데이터도 취합했다.

대조군은 화이자의 mRNA 백신을 2차까지 접종했고 감염 병력도 없는 402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연구의 실험군과 대조군은 2020년 3월 25일부터 같은 해 11월 25일까지 집중적으로 모집했다.

그러다가 델타 변이가 이스라엘에 출현하기 직전인 2021년 4월 마감됐다.

실험군의 지원자들이 원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알파 변이, 베타 변이 가운데 어느 하나에 감염됐다는 걸 의미한다.

실험군이든 대조군이든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추가 감염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스라엘에선 2021년 2분기부터 2차를 맞고 6개월가량 지난 접종자의 돌파 감염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 연구는 그 이유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은 실험군의 하위 코호트(sub-cohort) 16명과 대조군의 하위 코호트 22명을 따로 떼어내 처음과 6개월 뒤의 ‘산염기(酸鹽基) 지수'(avidity index)를 비교했다. 이 지수는 항체의 중화 능력을 보여준다.

백신 접종 후 첫 달에 생긴 항체는, 감염 회복 후 첫 달보다 많았다. 그러나 백신 접종 그룹에서 항체 수가 더 가파르게 감소했다.

초기엔 산염기 지수도 백신 접종 그룹에서 더 높았다.

하지만 이 그룹의 산염기 지수는 6개월 뒤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고, 감염 회복 그룹에선 점차 높아져 재감염을 차단했다.’

감염 회복 그룹에선 비만이 항체의 중화 능력과 연관돼 있음을 시사하는 흥미로운 분석 결과도 나왔다.

실제로 비만에 속하는 BMI 30 이상인 사람의 중화항체 역가(titer)가 30 미만(정상 또는 과체중 범주)보다 항상 높게 나왔다.

전체 감염 회복 그룹에서 장기 후유증(long COVID) 증상을 경험한 사람은 36%였다.

세부적으론 호흡계(31%), 신경(9%), 정신 및 심혈관(각 5%) 등의 이상을 호소했다.

연구팀은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이 코로나19에 대해 백신만 맞은 사람보다 더 강한 항체 면역 반응을 보인다는 걸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