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화폐 가치의 급락으로 북한 해커들이 훔쳐 보유 중인 가상화폐의 가치도 최대 1억달러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디지털 조사관을 인용해 29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블록체인 전문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는 북한이 2017∼2021년 해킹 49건으로 가로챈 뒤 아직 자금 세탁을 하지 않고 남은 가상화폐의 가치가 연초 1억7천만달러(약 2천203억원)에서 최근 6천500만달러(약 842억원)로 1억500만달러(약 1천361억원)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또 다른 분석업체 TRM 랩스는 북한이 지난해 해킹으로 강탈한 수천만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가치가 최근 몇 주 사이 80∼85% 폭락해 현재 1천만달러(약 130억원)도 안 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TRM 랩스의 닉 칼슨 분석가는 해킹에 연루된 가상화폐가 다양해 북한의 해킹 수익을 추정하기가 어렵지만 “북한이 장부상 손실을 많이 본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시작된 가상화폐 가치의 갑작스러운 급락으로 북한이 해킹 등으로 현금을 마련하는 능력이 훼손되고 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자금을 조달하는 계획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복수의 한국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로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아 통상적인 교역에 참여할 수 없어 가상화폐 해킹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조사관들은 말했다.

물론 가상화폐는 북한 재정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지만, 사이버 공격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 조달의 핵심 수단이라고 유엔(UN) 전문가 패널은 지적했다.

북한 제재 감시관들은 북한이 2019년 사이버 공격을 활용해 대량살상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쓸 자금 20억달러(약 2조5천92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은 북한이 2021년에 핵무기에 6억4천만달러(약 8천294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추산한 2020년 북한 국내총생산(GDP) 274억달러(약 35조5천104억원)의 2.3%에 이른다.

북한은 안 그래도 훔친 가상화폐를 현금화하는 데 애를 먹는 상황이다. 묻지도 않고 가상화폐를 사주거나 다른 가상화폐로 전환해 줄 브로커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북한이 일부 거래에서 훔친 가상화폐의 가치 중 3분의 1만 받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관계자는 “훔친 반 고흐 그림을 파는 것과 같이 공정 시장 가치를 받지 못할 것”이고 말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몇 년 동안 가상화폐 해킹에 자원을 쏟아부어 강력한 해킹 세력으로 부상했다.

재무부는 지난 3월 블록체인 비디오게임 ‘액시 인피니티’에서 일어난 6억1천500만달러(약 7천970억원) 상당의 가상화폐 해킹 사건도 북한군 정찰총국과 연계된 조직으로 알려진 라자루스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이에 대해 북한 해킹 배후설은 미국의 선전·선동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