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술적 경기침체’에 진입했다는 소식에도 뉴욕증시는 28일(현지시간)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경제에 관한 나쁜 소식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폭을 제한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나쁜 뉴스가 실제로는 좋은 뉴스’라는 반응으로 나타났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32.04포인트(1.03%) 오른 32,529.6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48.82포인트(1.21%) 상승한 4,072.4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30.17포인트(1.08%) 상승한 12,162.59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전날 연준의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의 0.75%포인트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언젠간 금리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제롬 파월 의장의 한 마디에 힘입어 안도 랠리를 펼쳤던 뉴욕증시는 이날 미 상무부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에 다시 한번 ‘안도’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2분기 GDP 증가율은 -0.9%(연율)로 1.6% 후퇴한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술적 경기침체의 정의를 충족했다.

공식적인 경기침체도 아니고 강력한 노동시장과 여전히 성장세인 소비지출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침체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기술적 침체라는 상징적인 의미는 작지 않았다.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경기 둔화의 징후가 나타난 것만큼은 틀림없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연준이 더는 자이언트 스텝이나 빅스텝 같은 고강도 긴축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에 베팅하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기대는 급격히 오르는 금리 부담에 짓눌린 주식과 가상화폐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 개선으로 이어졌다.

예상 이상의 기업 실적도 증시를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금까지 S&P 500 기업의 거의 절반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 중 71.5%가 월가 전망치를 상회했다.

다만 전날 장 마감 후 부진한 2분기 실적을 내놓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5.2%)과 퀄컴(-4.5%)은 이날 급락했다.

미 GDP가 감소하기는 했지만 그 폭이 크지 않다는 점이 시장의 경기침체 공포를 누그러뜨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E-트레이드의 투자전략 책임자인 마이크 로웽거트는 CNBC방송에 “오늘 발표된 수치는 경기침체에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면서도 “1%의 위축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다. 이는 경기침체가 가벼울 것이라는 관측을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장이 연준의 물가 안정 의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섣불리 조기 금리인상 완화 내지 종료에 베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