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설 연휴 기간 집무실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일대기를 다룬 평전이 나왔다.

마루기획은 윤한덕 선생의 삶과 사명을 다룬 ‘의사 윤한덕’ 평전을 1권(286면)과 2권(261면)으로 나누어 출간했다(김연욱 저).

이 책은 대한민국 응급의료시스템의 기틀을 잡은 선구자 윤한덕 선생의 이야기다. 저자는 외부에 아예 알려지지 않은 윤한덕을 찾아 나섰다. 대한민국 의료의 발전을 위해 고민을 터놓고 자주 논의했던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를 비롯해 윤한덕의 지인 90여명과 인터뷰하며 흔적을 찾았다. 그 흔적의 결과물이 바로 ‘의사 윤한덕’이다. 전기작가로서는 드물게 실화를 묘사하고 표현하는 구조적 형식인 ‘내러티브(narrative)’ 방식으로 글을 써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다.

제1권에서는 윤한덕이 대한민국 응급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한 과정을 적었다.

그는 25년을 거의 홀로 분투하며 응급환자를 위한 응급의료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매달렸다. 응급의료시스템을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 뒤지지 않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 과정을 서사적으로 펼쳐냈다.

제2권에서는 응급의료체계 구축 및 운영 과정에서 겪었던 윤한덕의 고통과 아픔을 살펴봤다.

특히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급속도로 퍼지는 가운데, 윤한덕 선생이 국립중앙의료원에 메르스 추가 감염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방역에 임한 과정 등이 상세히 담겨 있다.

윤한덕은 응급의료 발전이라는 사명감 때문에 하루 19시간을 지독하게 일하고 집에 머문 시간은 일주일에 고작 3시간이었다. 사무실 한쪽에 남루한 간이침대를 놓아 선잠을 자며 25년 동안 응급환자를 위해 일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 의사이자 혁명가인 체 게바라(1928~1967)와 비슷한 삶을 살았다. 낙후된 대한민국 응급의료의 발전을 위해 헌신과 노력을 기울였다. 의료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 한 몸 기꺼이 불살랐던 참의사다. 신념을 달성하기 위해 환자 생각밖에 없었지만, 자신에게는 엄격했다. 사회를 개혁하고 변화하려고 했다. 그것을 통해 좋은 사회를 만들려고 계획을 세워 이를 실천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민간인으로는 36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유공자로 선정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월 1일 윤한덕 선생의 아들 윤형찬과 함께 서울 아차산 해맞이 산행을 한 뒤 2019년 그해 가장 가슴 아픈 죽음으로 ‘윤한덕의 사망’을 꼽았다.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도 “한반도 전체를 들어 올려 거꾸로 흔들어 털어 보아도, 선생님과 같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두려움 없이 헤쳐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윤한덕 선생을 추켜세웠다.

윤한덕 선생은 작년 설 연휴 기간에도 근무하다 국립중앙의료원 사무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고인은 전남대 의대 졸업 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된 뒤 2002년부터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에 근무한 유일한 의사다. 생전 그는 국가응급진료정보망 구축, 응급의료전용헬기와 권역외상센터 도입,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설립 등 응급의료체계 구축과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