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내 폐쇄회로TV(CCTV) 설치를 둘러싼 의료계의 반대가 여전하지만, 일부 병·의원에서는 환자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수술실 CCTV 설치에 나서고 있다.

대리 수술 등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비난하면서도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해왔던 대한의사협회는 여전히 “자율권 침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부평힘찬병원을 포함해 성형외과와 정형외과 병·의원을 중심으로 수술실 CCTV 설치해 운영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척추·관절전문병원 힘찬병원은 부평힘찬병원 수술실 6곳에 CCTV를 설치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부평힘찬병원은 최근 불거진 인천 한 척추 전문병원의 대리 수술 의혹으로 떨어진 지역 의료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CCTV 설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힘찬병원은 의료진과 환자의 의견과 만족도를 청취한 후에 타지역에 있는 힘찬병원에도 수술실 CCTV를 설치할지를 정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BK성형외과가 진료실과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고 원할 경우 보호자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환자나 보호자는 전용 대기 공간에서 모니터를 통해 수술실과 진료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미용 의료 정보를 공유하는 한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성형외과 병·의원의 수술실 CCTV 설치 여부를 알 수 있게 하는 검색기능을 도입하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대리 수술 등으로 의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선제적으로 수술실 CCTV를 도입하는 병원이 잇따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설치했다는 자체만으로 환자의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제고할 수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협에서는 대리 수술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면서도 수술실 CCTV 설치는 해결책이 아니라고 선을 그어왔다.

수술실 CCTV 설치가 의사의 자율권을 침해해 방어적인 치료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개인정보를 침해할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는 “자발적으로 (설치) 하는 데에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수술실 CCTV 설치를 강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척추관절이나 성형수술은 생명과 직결된 수술은 아니지만, 외과에서의 암이나 중요한 혈관 수술은 의사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일반적인 수술법을 쓸 수 없는 경우도 많은데 (CCTV) 설치가 돼 있어 감시받는다고 생각하면 (환자의 몸을) 열었다가 그냥 닫고 나오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사의 자율권이 침해되므로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 분야에 대한 기피 현상이 늘어날 수도 있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CCTV 영상 해킹으로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